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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 Jun 12. 2024

초여름 늦꼬막, 꼬막냄비밥

6월 식탁

가볍고 쾌활하게, 그리고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언제나 하는 다짐.


가장 먼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밥을 해 먹기로 했다.


지금껏 요리 시간이 길면 낭비라고 생각해서, 집밥을 해 먹어도 10분 요리, 전자레인지 조리법을 주로 찾아 따라 하곤 했다.

간편하긴 하지만, 대체로 신선한 식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조리법들이었다.

또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맛, 식감, 향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전부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식재료를 사는 순간부터 냉장고 문을 여러 번 열고 닫는 동작까지.

무얼 해 먹을까, 레시피를 찾고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고 이런저런 양념과 도구들을 조리대 위에 늘어놓는 과정 전부 내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고.

조리법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 하면서, 식재료가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명상하듯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동네 마트와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직접 밥을 지어먹을 예정이다.

얼마나 다채로운 식탁을 차려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경 써서 밥을 해 먹을 것이다.


마침 마트에서 꼬막 1kg을 천 원짜리 몇 장에 샀다.

꼬막은 원래 가을 무렵부터 월동을 위해 단단히 살을 찌운단다.

사실상 꼬막이 가장 맛있는 계절, 제철은 겨울.

길게 잡아도 봄이다.

그러니까 여름 초입에 내가 산 꼬막은 철 지난, 뒤늦은 꼬막이다.

그래서인지 꼬막 자체도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았다.

껍데기까지 까놓고 보니 꼬막 살은 엄지손톱보다 조금 더 큰, 잘잘한 크기였다.

너무 잘아서 데쳐 바로 먹는 대신 살을 다 발라내어 냄비밥을 짓고 그 위에  얹어 먹었다.

솥이 있었으면 솥밥이 되었겠지.

그래도 넉넉히 넣어서 맛있었다.


짭조름한 바닷 내 가득 품은 꼬막 살과 향긋한 부추가 잘 어울렸고,

냄비밥 특유의 꼬슬하고 오독오독한 밥알과 살캉살캉한 꼬막 살을 함께 먹으니 씹는 맛이 있었다.

매콤하고 간간하면서 감칠맛도 있어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이었다.


초여름, 늦꼬막.

느리게 밥 짓는 부엌의 첫 식재료가 늦꼬막이라니!

안성맞춤이다.

꿈보다 해몽.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다 못해, 자투리 시간까지 싹싹 긁어모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요즘.

웬만한 책이나 포스팅마다 1분 1초 단위로 계획을 짜는 전략을 알려주고, 멀티태스킹을 생존 능력처럼 소개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세계 어느 곳에서든 몇몇 기업에서 만든 비슷한 음식을 먹는 게 유행이다.

불닭볶음면에 마요네즈가 어울리는지 치즈가 나은지를 구분하는 것 외에 미뢰가 꽃 필 기회가 잘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20-30분 정도의 식사를 위해, 긴 시간 들여 요리하는 일은 어리석어 보일 것이다.

굳이 제철 식재료를 꼭꼭 씹어, 그 안의 것들을 인식해서 감각을 드러내는 일은 헤퍼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느린 부엌에서 차리는 제철 식탁은 가볍고 쾌활하게, 충실하게 사는 삶을 새롭게 정의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내 부엌을 기다려준 늦꼬막으로 여름을 시작한다.

이렇게 건강하게 여름을 나고 가을도 신나게 보낸 후, 다시 찬바람 불어오면 알 굵은 꼬막을 사다가 데쳐 먹어야겠다.

상상만 해도 꼬막 살의 육즙이 입 안에 고이는 것 같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숨도 깊이 쉬어가면서,

시작.


꼬막 냄비밥, 2-3인분

꼬막 1kg, 소금 한 숟가락, 소주(청주)

양조간장 네 숟가락, 고춧가루 한 숟가락, 올리고당 반 숟가락, 통깨와 참기름 한 숟가락


쌀 두 컵, 물 두 컵 반 (쌀 한 컵=160ml)

소주와 올리브오일 한 숟가락, 코인 육수(해산물) 반 조각


부추 적당량, 대파 한 대 파란 부분, 청양고추 한 개 (미나리, 깻잎, 쑥갓, 쪽파 등도 어울림)


꼬막을 해감한다.

그릇에 꼬막을 담고, 잠길 만큼 물을 부은 다음 소금 한 숟가락을 넣는다.

뚜껑이나 검은 비닐봉지로 덮어 빛을 차단하고, 3시간 이상 해감한다.

해감한 꼬막은 물로 여러 차례 박박 씻는다.

꼬막 해감하는 동안 쌀을 30분 이상 불린다.

쌀 두 컵을 씻어 물만 따라 버리고, 촉촉히 젖은 상태에서 불린다.

 해감한 꼬막을 씻는다.


냄비에 꼬막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이다가,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소주를 한 숟갈 남짓 후루룩 넣고 꼬막을 넣는다. 꼬막이 입을 짝짝 벌리면 불을 끈다. 대략 4분 정도 걸린다.


꼬막을 삶을 때 젓가락이나 국자로 한 방향으로 휘휘 저어주면 꼬막 살이 한쪽으로 쏠려서, 나중에 껍데기에서 살만 발라내기 편하다.

꼬막 껍데기에서 살을 발라낸다.

껍데기 뒷부분, 위아래 연결 부분에 숟가락을 대고 살짝 비틀면 껍질이 잘 까진다.


발라낸 꼬막 살을 양념한다.

양조간장 네 숟가락, 고춧가루 한 숟가락, 올리고당 반 숟가락을 넣고 조물조물 묻힌다.

마지막에 통깨와 참기름 한 숟가락도 넣는다.

밥에 섞어 먹기 때문에 간을 살짝 간간하게 한다.


부추, 대파, 청양고추도 송송 썬다.

냄비밥을 한다.

냄비에 불린 쌀을 넣고 쌀 계량컵으로 물을 두 컵 반 넣은 후, 소주와 올리브오일 한 숟가락씩, 코인 육수 반조각을 넣는다.

강불에서 끓이다가 밥물이 끓어오르면 그때부터 5분 더 끓인다.

이어 중 약불로 불을 줄여 15분 더 끓인다.

냄비 속 가장자리에 물이 졸아든 흔적이 보이고, 중앙부에 보글보글 잔거품이 올라오고 있으면 불을 끈다.

밥 위에 썰어둔 채소를 올리고, 그 위에 양념한 꼬막 살을 얹은 후 5분가량 뜸 들인다.

꼬막 냄비밥 완성.

살살 섞어 덜어 먹는다.

꼬막 살을 듬뿍 넣었더니 정말 맛있다.

한 그릇만 먹기 어려움.

남은 건 다음 날 점심으로.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데우면 된다.

참기름 조금 둘러 먹으면 더 맛있다.



#꼬막 #꼬막냄비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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