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접어드니 나의 작은 숲, 텃밭은 아름답지 않은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무성히 자라 버린 깻잎과 토마토 사이로 큰 거미가 집을 지었고 노란 기적을 보여주던 참외들도 그늘에 가려 갈변해 있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같다.
텃밭만 이 모양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작년 겨울,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여러 남자를 만나며 이것 재고 저것 재 보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이 남자'라는 결론이 나와 날짜를 잡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안에는 서로를 놓을 수 없는 애정과 사랑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신혼 생활은 때론 재밌고 대부분 힘이 든다. 결혼하고 2주 정도가 지나면 남편(아내)이 내가 알던 그(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내 남편으로 말하자면(남편도 할 말이 많겠지만 여긴 나의 브런치 공간이고 내 편인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씁니다) 연애할 땐 장난기라는 것이 없었는데 결혼 후엔 (낯설게도) 신이 나면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춤을 춘다. 또한 고집이 세며 짜증을 잘 내고 소리를 꽥꽥 지르기도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었던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전과 많이 달라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각자의 다른 생활습관 때문에 자주 싸운다. 싸우면서 맞춰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문제는 결혼 전 마음속에 싹텄던 애정과 사랑의 씨앗들이 보살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 텃밭 앞에는 우리보다 한층 윗 세대인 부부가 텃밭을 일구고 있다. 잡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그분들의 텃밭을 보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지런히 대를 쌓아 올린 참외며 일정한 간격으로 심긴 배추들을 보고 있으면 저들의 사이는 어떨까-하고 궁금해진다. 텃밭에게 그렇듯 서로에게 많은 애정의 손길을 주고 있지 않을까-하고.
나는 혼자일 때 상상으로 마음 안에 정원을 만들어 두고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을 땐 예쁜 꽃을 심었고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엔 정원에 나가 깔끔하게 마음을 다듬었다. 결혼을 한 후에, 내 정원은 텃밭으로 현실이 되었고 그곳에 드나드는 익숙하고도 낯선 한 사람이 생겼다. 그러니 이제 정원이 아니라 그와 나, 우리의 마음 안에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비록 많이 부족하고 서툰 우리지만 말이다.
글. 강작(@anyway.kkjj)
한 주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뜻한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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