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보이는 나무이야기] 06화
현재 시중 화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라일락은 대부분 미스김이 아니다. 팔리빈라일락이다. 생김새가 차이가 있다. 미스김 라일락은 꽃이 여리여리한 편이고, 잎이 하트 모양이며 평평하다. 반면 팔리빈라일락은 잎이 둥글고 구부러져 있고 꽃이 움푹 패여 있다.
미스김 라일락의 부모인 털개회나무는 설악산과 강원도 , 북한등 대한민국 이 자생지이다. 현재 미국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꽃이다. 영국도 마찬가지....
미스김 라일락은 키가 낮으며 풍성함을 가지고 있는데 꽃을 피우면서 강렬한 향을 내어 이 꽃에 미친 사람이 많다. 일반 라일락의 두배 가격이고 라일락 중 으뜸이다. 안타까운 것은 원산지인 한국도 로얄티를 지불하면서 사오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미스 김 라일락을 맨 처음 미국에 가져온 사람은 엘윈 M. 미더(Elwin M. Meader)라는 사람인데 1947년, 한국에 온 그는 미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였다. 미더가 미스 김 라일락을 찾은 곳은 북한산 백운대였다.
그는 그 털개회나무 종자에 그 당시 자신을 도와주던 타이피스트의 성을 따서 '미스김라일락(Miss Kim Lilac, Syringa patula "Miss Kim")'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더가 백운대에서 가져 간 종자는 모두 12개. 거기서 7개의 종자가 성공적으로 싹을 틔웠는데, 그 중 작고 풍성한 2개가 지금의 아메리카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 와중에 미스김의 아버지인 털 개회나무를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털 개회나무와 미스킴은 다른 나무이고, 70대 재미교포가 500그루의 미스킴을 국내에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특허권자가 바뀌진 않는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서 가져간 식물 유전 자원만 1036종에 이른다.
구상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코리아 전나무라 불리며 30% 이상 비싸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구상나무의 원산지도 한국이다. 구상나무는 잎이 부드러워 실내에서 아이들이 트리를 만지면서 다칠 염려가 없고 잎면의 뒤쪽이 은색이어서 조금의 빛만 있어도 이 내린 것처럼 빛이 난다. 구상나무의 영어 이름 ‘Korean Fir’, 학명 ‘Abies koreana’에도 고향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처음 구상나무 표본을 채집해 해외로 반출한 것은 프랑스 식물학자인 위르뱅 포리 신부였다. 당시 윌슨이 근무하던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 식물원 포리 신부가 1907년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본과 에밀 타케 신부가 1909년 한라산에서 채집한 표본이 이름이 붙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다. 윌슨은 이 표본들을 보고 구상나무가 기존에 학계에 보고된 나무와 다르다는 점을 포착했다.
1917년 윌슨은 한라산과 지리산에서 구상나무를 관찰한 뒤, 이를 전나무속 분비나무와 구분되는 하나의 새로운 종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1920년 학계에 ‘Abies koreana’라는 이름으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윌슨은 한국에서 구상나무 씨앗을 가져와 아놀드식물원에 심었는데, 이것이 자라 큰 나무가 됐다.
빼앗겨서 배 아프다는 것이 아니다. 알아 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다. 만약 엘윈미더가 북한산에서 털개회나무를 못 보고 지나갔으면 현재 미스김은 없는 것이다. 사람도 식물도 재능을 알아 봐 줘야 한다.
미스김은 현재 미스박, 미스정, 미스리를 낳았다. 구상나무 역시 계량되어 나온 종만 90종이 넘는다. 현재 국제 사회는 총성 없는 종의 전쟁을 하고 있다. 지못미가 아닌 알아봐 주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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