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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Apr 20. 2023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5분 달리기 Day 1

달리기를 시작해야 할 사인(sign)은 많이 있었다.

예전 나의 작업실 동지는 주말 아침 호수 주변을 돌며 달리기 대회를 준비했고, 내가 좋아하는 지인 작가는 아침 산책에서 달리기로 전환했으며, 나의 친언니는 안 본 사이 러너가 되어 하프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스위스에 살고 있어 오랜만에 만났던 언니는 늘 어디서나 뛸 수 있게 러너의 복장이었고, 이전보다 언니는 훨씬 더 건강하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아직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느라 골골대며 체력이 바닥났던 나는 그런 언니가 정말 멋져 보였다. 그때 까지도, 나도 달리기를 하고 싶다, 그래 나도 곧 달리기를 시작해야지 라는 마음이었다.


결정적으로 달리기를 결심한 건 언니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와 달리기에 대해 들었을 때였다. 아이들 겨울방학에 우리 집을 찾았던 언니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가 뛰었다. 그러면서 언니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을 읽고 나서였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결정적으로 꽂혔던 대목은 하루키가 '글쓰기와 달리기가 얼마나 비슷한지 이야기했다'는 부분이었다. 글쓰기와 달리기?! "처음부터 잘 쓸 수 없고, 매일 꾸준히 성실히 쓰면서 근력을 키워야 하고..." 아 그렇네! 이거다. 글쓰기와 달리기가 닮아있다면 나는 무조건 달릴 것이다. 나에게 욕심나는 능력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고민 없이 '글쓰기'를 꼽을 거니까. 내게 뭘 하고 살지 하나를 고르라면 고민 없이 '글쓰기'를 꼽을 거니까. 그런 글쓰기와 닮아있다면,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때만 해도 겨울이어서 초보자는 추위를 뚫고 달리기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 포근한 날은 뛰었고, 으슬으슬 비가 내리고 추운 날은 쉬었다. 그러나 폴란드의 긴 겨울을 보내며 자주 아팠던 터라, 이제는 골골대는 나에서 벗어나 필사적으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 점점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뭐든 궁금하면 책을 찾아보는 책벌레라, 체력에 관한 책을 찾다가 <마녀체력>을 접하게 됐다. 출판사 편집자로 살아오며 체력이 바닥난 40대 여자가, 어떻게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는 강철체력의 50대가 되어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운동으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나도 종종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 전엔 수영장에 가서 자유형 연습을 했고, 이제 봄이라 자전거를 사려던 참이었는데, 철인 3종까지는 아니더라도 본격적으로 매일 몸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와 그녀처럼 활기차게, 에너지 넘치게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그러던 중 또 하나 만난 것은  <30일 5분 달리기> 라는 책이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5분'이라는 단어였다. '5분이라면 충분히 하겠는데?'라는 생각에서였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절대 무리하지 말고,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정도로 뛰라는 것이었다. 초보자에게 '5분만,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만'이라는 말은 진입장벽을 확 낮추어주었다. 그래 일단 5분씩 30일만 뛰어보자!


그리하여 그다음 날 아침, 아이들 유치원 버스가 출발한 후 바로 운동화를 꺼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날이 좋으면 가끔 달리거나 산책을 했고, 비가 오는 날은 집에서 점핑(트램펄린 위에서 하는 에어로빅 같은 운동)으로 체력을 조금씩 단련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달리기 Day1'으로 시작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단 5분이라면, 조금 추워도, 비가 와도, 귀찮아도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역시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 '5분 달리기'로 정한 것, 거기에 '30일'이라는 성실성을 부여한 저자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분 달리기 Day 1.

5분 달리기 첫날은 집 주변의 늘 산책하던 코스로 뛰었다. 처음 달리기가 힘들 때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늘려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도 5분 달리기니까 5분은 쉬지 않고 뛰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숨이 빨리 차 왔다.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았는데 시계를 보니 3분이 지나있었다. 헉헉. 그래 칙칙폭폭, 두 번 들이마시고 두 번 내쉬라고 했었지? 칙칙폭폭, 헉헉 헉헉. 시계를 보니 아직도 3분. 시간을 의식하지 말자. 그냥 뛰자. 앗 아직 4분밖에 안 됐네. 헉헉 헉헉. 그렇게 5분을 간신히 채우고 잠시 걸었다. 조금 걸으며 숨을 돌리니 또다시 뛸 힘이 생겼다. 그래 이번에는 저기 노란 표지판까지 한 번 뛰어보자. 그리고 또 잠시 걸었다가, 이번에 우리 옆집까지만 달려가자. 그렇게 해서 첫날의 달리기 기록(걷기 포함)은 1.25km,  8분 2초. 엄청 길게 느껴졌는데 10분도 못 뛰었다. 하지만 잘했다. 첫날이다. 5분 달리기의 미션을 클리어한 것으로 충분!


첫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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