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대회 전날 밤, 잠들기 전 10km 마라톤 대회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그동안의 과정이 재미있고 뿌듯했다. 매번 말하는 것 같아 민망할 정도지만 나는 아직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달리면서 내 몸을 알아가고, 나의 성격을 알아가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전에 차근차근 대비해 가는 그 일련의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5km 달리기가 마음 편하게 준비되자 벌써 나는 10km 대회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에는 언니가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 거야?"라고 신기하게 묻곤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잘 찾았다. '10k races in Europe 2024', '10k runs in Poland'등으로 구글에 검색하면 아주 잘 나온다. 심지어 한해의 유럽 마라톤 대회가 잘 정리되어 있는 사이트도 많다. 그리고 관심을 갖다 보다 보니, 각 도시에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작년에 처음 관람하고 올해 참가하는 비엔나 시티마라톤은 매년 4월 말 즈음에, 5km, 10km, 하프 마라톤, 풀 마라톤, 그리고 아주 짧은 주니어 대회까지 축제처럼 열린다. 프라하는 매년 4월 초에 하프 마라톤, 5월 초에 풀 마라톤이 열린다. 9월 말에는 베를린 마라톤이 열린다.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도 오래 남지 않았는데, 이곳에 사는 동안 최대한 여러 대회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5km 대회 전날 밤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폴란드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보니 지금 사는 도시인 브로츠와프에도 대회가 있었지만 8월에 열리는 하프마라톤이라 어려울 것 같았고, 바르샤바에서 9월 말에 10km 대회가 있었다. 오 이거 좋은데! 하며 캘린더에 저장해 두었다. 그러다 나중에 발견한 것이 10월 말에 열리는 독일 드레스덴 마라톤이었다. 드레드덴이면 우리 집에서는 바르샤바보다도 훨씬 가깝다. 두 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고, 내가 폴란드에 도착한 후 처음 스스로 국경을 넘어간 여행지이기도 했다. 도시의 아름다움과 깊은 역사에 흠뻑 반했는데, 쌍둥이 유모차에 탄 두 아이들이 감기까지 걸려 제대로 둘러볼 수 없었던 아쉬운 여행이었다. 그 역사의 도시를 내 두 발로 직접 뛰며 누빌 수 있다면, 그때와 또 다른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년 전 드레스덴 여행
10월이면 준비기간도 여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고, 가까운 곳이라는 것도 좋았다. 가족이 같이 가을 여행 삼아 가서 남편과 아이들이 엄마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응원해 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참고로 남편은 5km 대회 후 다시는 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홀로 뛰어야 할 것이다. 흑.) 그렇게 나는 5분 달리기로 시작해 결국 10km에 도전장을 내민 여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