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음과 낯섦 사이

순간의 사진 순간의 기록 #10

by 이룸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은 얼굴을 통해서이다.

물론 손이나 발과 같은 다른 신체기관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다. 얼굴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알아보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낯이 익다는 것은 한 번쯤 그 사람이나 그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것이고,

낯이 설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이 보아도 낯익지 않은 사람이 있고,

딱 한 번 보아도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본다’는 베르그송의 말처럼

자신에게 끌리거나 편하게 느껴지는 대상에게 우리는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남녀 간의 이끌림은 더욱 그러하다. 만나고 싶은 이성의 모습은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그러나 얼굴이 시시각각 달라지듯, 바라봄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리 사랑스럽게 보이던 얼굴도 매일 바라보고 있으면 지겨워지게 마련이며,

아무리 아름답게 보이던 얼굴도 시간이 흐르면 생기를 잃게 되어 있다.

금강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게 금강산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공간일 뿐이다. 아름다움은 타자에 의해 발견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낯익은 존재는 아름다움보다는 친밀감의 대상이 된다.

낯선 존재만이 신비의 베일을 드리운다.

낯익은 존재가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때에 그렇다.

낯익은 존재에게 가끔씩 낯선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가 있다.


낯익음과 낯섦 사이.jpg 2008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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