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가난한 골목은 저녁이면 더 빨리 어두워진다.
작은 슈퍼의 네온등만이 골목 위에 희미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작은 몸 하나가 그 빛을 가르며 나왔다.
양손엔 따끈한 라면 봉지 하나.
아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
세상은 잠시, 그대로였다.
아이의 발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저 배고픔을 달래고 싶다는 단순한 본능에 가까웠다.
“훔친다”는 말의 무게를 아직 배우지 못한 나이.
도덕은 낱말이었지 경험이 아니었고,
규칙은 문자였지 마음에 새겨진 질서가 아니었다.
가게 주인은 갑자기 비어 있는 라면 자리를 보고 문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작은 뒷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어른의 세계는 단번에 ‘규칙’이라는 이름을 꺼내 들었다.
“훔쳤다.”
그 낱말은 아이의 의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돌처럼 굴러왔다.
그러나 아이의 속마음은 이 한 줄에 가까웠다.
“배가 고팠어. 그냥… 들고 나오면 되는 줄 알았어.”
그 단순한 마음과
어른들의 빠른 판단 사이에서,
작은 균열이 생겼다.
이 이야기는 그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한 아이가 라면을 들고 나온 사건.
누군가는 ‘절도’라 부르고,
누군가는 ‘결핍’이라 해석하며,
또 누군가는 ‘상처’나 ‘본능’, ‘사회적 구조’, ‘종교적 죄’로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해석들은
아이의 마음보다 먼저 도착하는 말들이다.
우리가 이 아이를 따라갈 이유는 단 하나다.
그날 이 아이가 무엇을 몰랐고,
오늘 그는 무엇을 알게 되는지,
그리고 내일의 그는 어떤 선택을 시작할 수 있는지.
라면을 들고 나온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모름’이,
한 인간이 성장하는 길의 첫 문이다.
아이의 마지막 속마음은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나쁜 애가 아니라… 그냥 배고픈 아이였어.”
이제, 이야기는 그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