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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06. 2024

돼지국밥, 서울 최고봉은?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비린 맛이 느껴지는 국물을 왜 맛있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은 부산 국제시장에 위치한 한 돼지국밥집에서 와장창 깨졌다. 맛있었다. 비리지도 않았다. 부산 일정이 있을 때면 1순위가 돼지국밥집 찾기가 될 정도로 돼지국밥에 빠져버렸다.


서울에서는 부산에서 먹었던 만큼 맛있는 돼지국밥을 먹기 힘들었다. 수소문까지는 아니지만 맛집에 대한 정보력이 뛰어난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묻고 묻기를 반복하던 와중에 두 군데의 돼지국밥 맛집을 찾게 되었다. 스타일이 꽤나 다른 두 군데의 돼지국밥집이었다. 한곳은 전통의 돼지국밥 맛집이었고, 다른 한 곳은 새로운 느낌의 돼지국밥 맛집이었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니나>의 문장과는 다르게 둘 다 닮지는 않았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맛있었다.


1. 옥동식

돼지국밥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 뒤집는 곳이 옥동식이 아닐까 싶다. 번화가가 아닌 합정역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크고 자기주장이 강한 간판대신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나무판에 한자로 무심하게 '옥동식'이라 적혀있다. 지나가다 보면 무슨 업종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친절한 간판이다. '미슐랭 맛집'임을 나타내는 붉은색의 'Michelin 2024'만 포인트로 붙어있을 뿐이다. 여느 돼지국밥집의 외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게로 들어가도 옥동식만의 차별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쨍하고 밝은 분위기의 여타 돼지국밥집과 다르게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 온듯한 은은한 조명이 반겨준다. 고객끼리 마주 보고 먹는 테이블이 아닌 모두 주방을 향해 옆으로 나란히 앉는 바테이블도 인상적이다. 금빛이 나는 무거운 식기류는 고급감을 더한다.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상당히 담백하다. 건강한 맛이랄까? 거기다 고기의 질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2022년에 뉴욕에 진출해서 뉴욕타임스에서 뽑은 '뉴욕 최고요리'에 뽑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모두에게 호불호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균형잡힌 맛의 돼지 국밥이다.(옥동식은 돼지곰탕이라는 명칭을 선호하는 것 같다)


2. 광화문 국밥


광화문 근방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이곳을 방문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광화문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그 유명한 광화문 국밥이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돼지국밥집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 모두 부합하는 곳이다. 간판에서부터 '국밥'이라고 친절하게 말하고 있고 실내에 들어가면 번잡하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모두가 생각하는 국밥집에 부합한다. 혼밥러를 위한 좌석도 있고 단체석도 있어서 누가 가더라도 편안하게 국밥을 뚝딱할 수 있는 맛집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의 최대 장점은 '뽀얀 국물'이라고 생각한다. 비린맛이 거의 없다. 돼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들과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다들 만족했다. 이곳만은 다르다고 말했다. 옥동식이 슴슴한 돼지국밥이라면 이곳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적절한 짠맛을 내는 돼지국밥집이다. 웬만하면 다들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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