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에서는 돈을 냈더라도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 돈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당연하게 받을 수 없는, 이 기묘한 시스템에 고객 불만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제도는 트레바리라는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왜 그럴까? 트레바리의 중심은 '독서'가 아니라 '모임'에 있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참여자'다. 결국 사람들이 모임에 기대하는 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고, '독후감 제출'이라는 제도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들만 걸러주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제약은 불편하지만, 모임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트레바리에 오래 참여한 사람일수록 이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갖기 어렵다. 그 불편함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는 있다. 바로 모임을 이끄는 '클럽장(파트너)'이다. 이들이 없으면 모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에, 독후감 제출의 의무에서 예외가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행동했다.
3년 넘게 모임장을 하며, 매 모임마다 독후감을 썼고, 멤버들의 독후감에도 꾸준히 댓글을 남겼다. 그렇게 쌓인 내가 응답한 독후감만 어느덧 400편이 넘는다. 단지 더 나은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트레바리라는 시스템에서 모임이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최초의 지점이 '독후감이 공유되는 온라인 공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처럼 누군가의 글에 응답하는 글쓰기는 보통의 글쓰기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갖는다. 내 생각이나 의문에서 출발하는 글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에서 출발해 나의 관점을 얹는 글쓰기다. 관찰, 의도 파악, 그리고 나와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덕분에 나는 또다른 글쓰기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닫힌 세계를 벗어나 '너'라는 열린 세계에서 글을 쓴다는 점에서, 응답하는 글쓰기는 관점의 확장, 관심의 확장, 관여의 확장이 되기도 한다(삼관왕이라고 말하면 억지려나?) 나는 이 세 가지 확장을 경험하며, 기존의 나보다 더 깊고 넓어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예전엔 흐릿한 강물 위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듯한 글쓰기를 했다면, 이제는 보다 선명한 거울 앞에 선 기분이다. 그 거울을 비추는 건 다름 아닌, 타인의 생각이다.
혹시 글쓰기가 어렵다면, 누군가의 글에 응답하는 글쓰기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응답하는 글을 쓰는 3가지 팁>
1. 타인의 글에서 세 가지 포인트를 찾아본다
공감되는 점, 공감되지 않는 점,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각. 이 세 가지를 의식하며 읽으면, 그 글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2. 각 포인트에 맞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 공감되는 점은 그 사람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 공감되지 않는 점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쿠션어’를 활용해 이성적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이 부분은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처럼.
- 생각지도 못했던 점은 자신의 경험이나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해본다.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3. 마무리에는 제3자도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단순한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이나 화두를 던져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같은 여운은, 그 글을 더욱 살아 있게 만든다.
퇴근 후 뭐하지?
글쓰기, 전자책, 브랜딩까지
회사 밖에서도 ‘내 이름’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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