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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14. 2022

잡지와 커피계의 잔다르크?

<매거진 B No.76: Blue Bottle Coffee>를 읽고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마케터는 크게 세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트렌드 세터 그리고 수학자.


https://brunch.co.kr/@kap/159


그중에서 트렌드 세터형의 마케터 선배가 어느날 나한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 잡지 정기구독할건데 너도 한 번 볼래?


나는 알겠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아무리 아날로그가 유행이기는 하지만 지금 시대에 잡지를 정기 구독한다고?"


깊이 있는 정보는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현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잡지는 깊이 면에서는 '책'에 시의성 측면에서는 '인터넷'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잡지는 어느샌가 내용보다 광고가 많은 광고판이 되었고 그래서인지 주위 사람들 중에서도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정기구독을 한다고 말한 사람이 내가 트렌드 세터형 마케터로 리스펙 하는 선배 아니던가? 그래서 편견을 거두고 그 선배가 언급한 잡지를 보게 되었다.


그 잡지는 바로 'Brand Documentary Magazine'을 추구하는 <매거진 B>였다.


Magazine B is an ad-free publication offering an independent perspective on well-balanced brands from around the globe.

매거진 B는 균형이 잘 잡힌 전세계의 브랜드들에 대해 독자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광고가 없는 잡지입니다.

- 매거진 B 중 -
* 본인이 직접 번역함
사진 출처: http://johcompany.com/


매거진 B를 읽자마자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잡지에 대한 편견이 와르르 무너졌다. 깊이 면에서 책에 전혀 뒤지지 않았고, 콘텐츠를 '1월호'와 같이 시간으로 묶기보다는 '브랜드'별로 묶다 보니 기존 잡지가 갖고 있던 시의성의 한계를 초월했다. 그리고 잡지라는 매체의 필살기인 '비주얼'적 아름다움은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매거진 B는 마치 무너지고 있는 잡지계를 구원하라는 '브랜드'의 계시를 받고 출격한 잔다르크 같았다. 그 어떤 매체도 범접할 수 없는 잡지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기존 잡지들의 약점을 죄다 제거한 그야말로 매거진 B(est)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Monocle>이 이처럼 잡지가 가야할 방향성을 먼저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

Monocle 한국 특집. 사진 출처: amazon.com


트레바리 <마케팅-뷰자데>의 두 번째 책이자 브랜딩과 관련된 첫 번째 책으로 <매거진 B No.76: Blue Bottle Coffee>를 선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매거진 B는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가 너무나도 멋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Magazine B


그리고 그중에서도 굳이 '블루보틀(Blue Bottle)'편을 고른 이유는 모두에게 익숙한 '커피'를 다루고 있으면서 매거진 B와 마찬가지로 블루보틀도 잔다르크 같은 혁신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구축한 커피업계의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맞서면서 말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카페가 아닌 공간을 창조했다. 바로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을 말이다.

사진 출처: 유튜브 'Varsha'


스타벅스가 정의한 제3의 공간은 쉽게 말해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과 '회사'라는 일하는 공간 그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집과 회사만큼이나 소속감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만든 제3의 공간에서 '집'과 '회사'에서 하지 못하는(혹은 잘 안 하는) 모든 활동들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소개팅을 한다든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심지어 간단한 회사 미팅까지도 스타벅스에서 하게 된 것이다. 스타벅스는 말 그대로 카페를 넘어 제3의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스타벅스 이후에 대부분의 카페 브랜드들은 커피보다는 이러한 공간적 요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만든 패러다임 안에 갇혀 버린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블루보틀이 등장했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계시를 받은 잔다르크의 모습으로.


스페셜티 커피는 고급(gourmet)커피나 프리미엄(premium)커피 같은 마케팅 용어와는 다른 용어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스페셜티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하여 100점 중 80점 이상의 커피에 대하여 스페셜티 커피라고 등급이 정해지며,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 위키백과 중 -
사진 출처: DTCNATION.COM


즉 스타벅스가 만든 '공간'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패러다임으로 카페 문화를 이동시킨 것이 바로 블루보틀이다. 그리고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을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하이컨셉(High Concept)을 통해 쉽게 풀어내는 영리함까지 보이며 신속하게 대중에게 다가왔다.


https://brunch.co.kr/@kap/15


블루보틀과 스타벅스는 공간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쉽게 말해서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의 제3의 공간처럼 오래 머물면서 무엇을 하기에 적절한 공간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점에 충전을 위한 콘센트도 없고, 의자들은 대부분 딱딱하고 좌석 숫자도 적다. 블루보틀은 고객들이 오롯이 블루보틀이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에만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블루보틀 이후 많은 카페들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고 '공간'에만 신경 쓰기보다는 '원두'와 '커피를 만드는 방식'에도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물론 이전부터 카페의 본질은 커피에 있다는 철학을 고수한 장인들도 있었다)


처럼 커피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블루보틀'을 브랜드 관점에서 자세하게 알아보는 책이 바로 <매거진 B No.76: Blue Bottle Coffee>이다. 이 책을 통해 실생활에 맞닿아 있는 브랜딩을 더 깊이 있게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두 잔다르크의 멋진 만남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말이다.



<마케팅-뷰자데 1기 첫 번째 책>

https://brunch.co.kr/@kap/113



Photo: http://johcompany.com/en/magazin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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