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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03. 2023

국내 유일 노빠꾸 자기 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자기 계발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공한 사람의 성공비법이 아닌 성공비법을 팔아서 성공하려는 사람의 책이 대부분이다", "성공한 사람의 자기 자랑에 불과하다", "다 똑같은 말만 하고 있다" 등등.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일단 성공한 사람이 솔직하고 자세하게 쓴 자기 계발서가 드물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아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1) 글쓰기에 탁월한 재주가 없다.

2) 글쓰기에 탁월한 재주가 있더라도 정성을 들여 자기 계발서를 쓸 동기가 부족하다.

3) 글재주도 있고 동기가 충분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쓰기는 힘들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과 사람 좋아 보이는 말을 섞어야만 잘 팔리고 또한 본인의 명성에도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앞서 말한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더욱 그러한 듯하다.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심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울만한 경험에 의거한 실용적이면서 속 시원한 자기 계발서를 찾기 힘들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지만 한 사람의 등장으로 모든 게 바뀌고 있다. 바로 세이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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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이름으로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았고 얼굴도 드러낸 적이 없었지만, 자기 계발/성공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에 세이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밀교의 경전처럼 세이노의 말과 글은 암암리에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모아놓은 어플을 만든 사람도 있었고, 제본을 떠서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와 같은 성인들의 말이 제자들을 통해 전 세계에 퍼졌듯, 그의 글도 제자(?)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세이노가 침묵할수록 그는 점점 더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얼굴은 노출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게 왜.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기존에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책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세이노(say no)라는 필명처럼 지금까지 대부분이 믿고 있던 혹은 믿고 싶은 사실들에 거침없이 no!를 외치는 그에게서 신선함과 통쾌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세이노는 앞서 말한 좋은 자기 계발서가 존재하기 힘든 이유를 모두 극복한 사람이기도 하다.


세이노는:


1) 1,000억 원대 자산가이고 이를 증명했다. 경제적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2) 쉽고 명확하게 의도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글을 잘 쓴다고 말할 수 있다.

3) 돈을 벌려는 의도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겠다는 동기가 분명하다.

4) 듣기 좋은 말과 사람 좋아 보이는 말이 없다. 그야말로 노빠꾸다.



책을 낸 동기가 돈 때문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는데 책의 가격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700쪽이 넘는 책을 6,480원에 판매하는 사람이 정부부처 빼고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국세청 행정안전부에서 출간한 <2022 주택과 세금>이라는 책도 300페이지가량인데 7,000원이다)


그렇다고 책출간을 계기로 그가 적극적으로 방송활동 혹은 영리적 강연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돈 때문에 책을 출간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본인의 생각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돈에 연연하지 않으니 독자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자신의 표현을 자제할 이유도 없었던 것 같다. 그가 고등학교까지의 교과목들에 대한 생각을 밝힌 부분만 읽어봐도 내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목들에 대한 나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국어: 논리력, 발표력, 글쓰기 등의 능력 개발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내용들도 많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를 무조건 '조국의 광복'으로 외워야 하는 교육은 거지발싸개보다도 더 못하다.

수학: 논리력을 키워 주지만 1차 방정식과 간단한 기하 지식 정도 이외에는 돈 버는 게임과 별 관련이 없다. 연관 과목의 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지극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고교 때 열심히 공부한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못하면 돈 벌 기회가 많이 줄어들며 해외여행도 단체관광으로만 다니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가진 교사의 수는 아주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은 '무조건 외워라'라고 가르치며, 자기 돈으로 자기 실력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국가에서 교육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제2외국어: 영어보다는 제공하는 기회의 폭이 좁다.

과학: 실험을 많이 한다면 과학적 사고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분야에 종사할 사람들 이외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전기, 전자, 물리, 화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쓸모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중학교의 닭대가리 과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단원 목차만 4시간 동안 외우게 한다(내 딸이 겪었다).

국사: 한국인 혹은 애국자가 되는 데 필요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졸업 후 다 잊어버릴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외워야 점수가 나온다.

세계사: 역사는 결국 경제적 이득을 위한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배우게 된다.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배우면 좋지만 시시콜콜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덕, 윤리: 이런 것은 배운다고 해서 자동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암기할 것들이 많지만 곧 다 잊어버리고 말 것들이다.

미술, 음악, 체육: 어느 미술교사는 자기가 가르쳐 준 방식대로 그리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느 음악선생은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외우게만 한다. 어느 체육선생은 비 오는 날이면 학생들에게 필기를 엄청 시킨다. 나는 그런 교사들의 머리(아니, 대가리라는 표현이 더 맞다) 속을 해부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교장, 교감, 교육감 등등: 이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배울 수도 있다.

- 세이노의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2023) 중 -



내가 왜 그의 글에 대해 순화하지 않고 '노빠꾸'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는지 제 이해되지 않는가? "하나의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단 하나의 적절한 단어밖에 없다"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에 따르면 그의 글을 표현하는데 적절한 단어는 '노빠꾸' 밖에 없다.


세이노는 이러한 말투와 태도로 700페이지를 내달린다. 부자가 되는 법뿐만이 아니라 생활전반에 대한 조언까지 독자들에게 팩폭을 날리며 글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의 글은 해석의 여지가 없다. 단호하고 직접적이며 세세하다. 기존의 자기 계발서의 모호함 혹은 열린 결말에 실망한 사람에게는 큰 만족감을, 단정적이고 독선적인 의견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거부감을 선사할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에 yes를 할지 no를 할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다만 no를 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no를 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삶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세이노가 그러했듯이.



P.S. 나는 세이노의 의견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세이노 본인도 2022년에 새로 추가한 의견을 통해 과거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지금 와서 보면 적절치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듯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불가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의미하 시공간을 초월한 불변의 진리는 찾기 힘들 테니 말이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Gemma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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