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학적 소비 5
길을 걷다 보면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켠 채 잠을 자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차를 근처 그늘로 옮기면 시동을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만약 택시의 요금기처럼 기름값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시스템이 있어도 그렇게 행동할까? 금액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계속 에어컨을 켤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몇 천 원 하는 주차비나 1~2만 원의 대리운전비용을 아까워한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니까 괜찮겠지’라며 직접 운전대를 잡다가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주차비나 대리비는 직접 지불해야 하는, 보이는 소비라서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세면대에 계량기가 붙어 있다면 우리는 수도세를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 사용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전기를 쓸 때마다 즉각적인 비용을 눈으로 본다면, 훨씬 신중하게 소비할 것이다.
나는 미용실 가는 횟수도 최대한 줄이는 편이다. 머리를 자르는 데 15,000원이 든다면, 하루만 미룬다고 해도 500원을 아끼는 셈이고, 일주일을 미루면 3,5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휴대폰도 비슷하다. 휴대폰 가격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2년 사용 시 매년 5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5년을 사용한다면 15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즉, 휴대폰을 1년 더 사용할 때마다 50만 원씩 절약할 수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소비는 아주 많다. 우리는 이런 보이지 않는 소비에 돈을 더 쉽게 쓴다. 그래서 이런 소비를 할 때마다 ‘가상의 계량기’를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보자.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상상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