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hen Aug 08. 2020

다시, 버티다.*

남은 문장들

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삶의 경로를 선택하는 문제를 푸는 것부터 일상의 사소한 결정까지 우리는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를 결코 피할 수 없다. 눈을 뜨는 것부터 잠에 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문제다. 사소한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허투루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루의 시작인 기상시간 하나마저도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니 무엇 하나 사소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을 이루는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될지 우리는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사소한 결정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자주 애먼 데 마음과 힘을 쏟다가 진정 중요한 일을 놓치곤 한다. 물론 꼭 힘써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는다고 해서 삶이 간단해지는 것도 아니다. 삶이 던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 던진 문제들 가운데서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를 구별해내더라도 삶이 쉽게 풀리는 것도 아니다. 삶에서 당면하는 많은 문제들은 한순간에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대개 삶의 문제들은 아주 오랫동안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쓴 후에야 간신히 풀리기 때문이다. 졸업을 위해서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에야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우리는 노력의 총량을 일정 정도 채워야만 발달과업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노고를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버텨야 한다. 우리가 이루려는 성공은 너무나 멀리 앞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삶은 항상 문제를 푸는 지루한 과정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버텨야 한다. 버텨내야만 끝을 볼 수 있고, 버텨낸 후에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의 문 앞에 설 수 있다. 삶이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만 어떤 성공의 범주에 드는 것이라면, 어떤 성공이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버텨야만 한다. 결국 버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버티는 것의 의미를 간과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해야 할까?


‘버티다’라는 말은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버틴다는 말의 수동적 의미에만 집중해 마지못해 연명하는 것으로 이 말을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우리의 바깥으로부터 오는 부정적 압력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도 버티는 것의 일부이다. 버티는 삶을 연명하는 삶으로 등치 시키면, 우리 스스로 애써서 지켜온 일상의 많은 노력들이 가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훼손된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버티는 삶’을 다시 보아야 한다.




---------------

*. 글을 쓰다 남은 문장들을 기록한 것이다.

**. 영국의 철학자 카를 포퍼(Karl Popper)의 한국어 책 제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루틴(rout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