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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그루 Aug 09. 2021

나의 나다움을 발견하는 시간

<난 나의 춤을 춰> 다비드칼리 글. 클로틸드 들라크루아 그림.

사랑하는 나의 이모의 말에 의하며 어릴 때 나는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을 만큼 예뻤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어릴 땐 대부분 귀엽고 예쁘니까 믿으시라... 역시 이모의 말에 의하며 특히 눈이 참 크고 빛나고 예뻐서 보는 사람마다 넋을 잃고 쳐다봤다나 뭐라나... 그랬던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그때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이지 볼이 터져 나갈 것 같고 입고 있는 원피스는 왜 분홍색인지.. 한 마리의 귀여운(?) 돼지 같은 모습이다. 물론 그래도 눈은 커다랗더라마는! 그렇다. 나는 여덟 살 때부터 살이 찌더니 그 살이 아직도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모는 만날 때마다 나를 보며 한숨지으며 말한다. 내가 살이 찐 이유는 다 당신에게 있는 것 같다고... 어릴 때 너무 예쁜 나머지 맛있는 것만 생기면 몰래 숨겨놨다가 나에게 다 먹이는 바람에 뱃골이 커져서 그런 거라고 말이다.

다비드 칼리, <난 나의 춤을 춰>

하지만 나는 내가 살이 찐 이유를 알고 있다. 앞으로 자세히 말할 기회가 많이 있을 테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살이 찐 이유는 마음의 병이 분명하다. 일곱 살 때 아빠의 사업이 무너지고 엄마는 마음이 무너지는 바람에 나는 외갓집에 맡겨졌다가 학교에 입학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편안해야 할 집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엄마 아빠가 그리웠던 만큼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질까 봐 늘 불안했다.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상하게 자꾸만 살이 쪘다. 엄마는 밤에 물도 못 마시게 했고 내가 뭘 먹는 것을 보면 짜증을 냈다. 엄마가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던 그 눈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난 나의 춤을 춰>를 읽고 어쩔 수 없이 그때의 내가 생각이 났고 밤에 몰래 물을 마시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혼이 났던 어린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라는 아이는 없고 엄마의 눈치를 보고 집안 분위기를 살피고 배고프지만 밥을 달라고 하지 못했던 안쓰러운 아이를 말이다.  


" 여기 오데트를 보세요.

오데트는 어떤 아이일까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일곱 살인 건 확실하지만요. "


오데트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부모님 눈에는 허약해 보이고 친구들이 보기엔 뚱뚱하고 선생님 눈에는 순한 학생이고 체육 선생님 눈에는 너무 둔하고 피아노 선생님 눈에는 너무 힘든 아이... 이처럼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나는 너무나 많다. 하지만 오데트는 자기만의 방에서 꿀벌 옷을 입고 춤을 출 줄 아는 아이였다. 나는 늘 숨어있기에 바빴기에 오데트의 춤사위를 보면서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벗어난 곳에서조차 나답지 못했던 그 어린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나다움을 찾으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림책 속 어린아이는 모두 나였고 상처 받고 숨어 있던 아이를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준다. 지금이라도 나의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아직 나는 뚱뚱하지만 그것 때문에 숨어 있지 않는다. 오데트의 꿀벌 옷처럼 이 그림책이 나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나의 나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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