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그루 Oct 08. 2021

이상한 녀석들에게

<조랑말과 나>, 홍그림, 이야기꽃

이 그림책을 보고 나니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나는 그 기세를 몰아 필사를 하려고 공책을 꺼냈다. 그런데 적다 보니…

어? 뭔가 이상하다!!!

그림을 보면서 읽을 때는 몰랐던 것이 보였다.

똑같은 말이 4번이나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필사노트
나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어요.
나는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가다 보면,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내 조랑말을 망가뜨려요.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요.
나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아이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다.

이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발걸음은 가볍고, 그 표정은 아주 해맑다.

그런데 그렇게 길을 걷다 보면 꼭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아이의 조랑말을 망가뜨린다. 아이는 놀라기는 하지만 조랑말을 금세 다시 일으켜 세워 함께 여행을 떠난다.

조랑말이 망가지고, 망가진 조랑말을 다시 살리는 아이의 이 패턴이 네 번이나 반복해서 그려진다.

아이와 조랑말의 길을 가로막고 조랑말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녀석들을 좀 모아보았다.

산적 같은 아저씨,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 입 큰 악어, 정체모를 망토 유령까지.

이상한 녀석들

나는 아이에게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어버린다. 늘 그렇듯 그림책 속 누군가와 동일시가 되는 순간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이상한 녀석들의 방해에도 아무런 반응하지 않고 그저 쪼그리고 앉아서 망가진 조랑말을 수습(?)하는 뒷모습에 눈길이 자꾸만 머문다. 조랑말은 처음에는 작은 상처일 뿐이었지만 이상한 녀석들의 공격이 거듭될 때마다 상처는 커지고 깊어진다. 아이는 조랑말을 버리고 혼자 갈 법도 한데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함께다.

아이에게 조랑말은 무엇일까? 가슴에 품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그 어떤 방해를 할지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그림책이다. 꿈이 좌절되고 무너질 때마다 만나게 되는 이상한 녀석들에게 부디 흔들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도 같다.

눈물 나게 고마운 그림책이다.



이전 02화 나의 나다움을 발견하는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