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같이 수련하고 티칭 하는 요가샘을 만났다. 착하고 미모까지 갖춘 미혼인 S 요가샘은 발리로 한 달 요가 수련 여행을 간다고 했다. 한 달이나? 우와! 부럽다! 끝.
부럽긴 하지만 귀여운 딸이 둘이나 있는 나에게는 비현실적인 일이니까. 남의 일이었다. 내가 주재원 와이프로 와서 호텔에서 나오는 조식에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받으며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인 것처럼.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시작되면서 인천 공항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친정엄마와 남동생이 다녀가고 시부모님도 시누이 내외와 총 4분이 여행을 오셨다. 우리 집에서 다 같이 지내시면서 투어를 다니셨다. 어머님은 유명한 하롱베이도 좋지만, 손녀들과 함께 돛단배 타고 경치를 즐겼던 닌빈 투어가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호안끼엠 성당 앞 콩카페 코코넛 커피를 너무나 시원하게 맛있게 드셨다. 어머님은 특히 언제 또 같이 여행하겠냐고 하시며 모든 순간순간의 여행을 꿈같이 즐기셨다. 즐거웠지만 성인 4명의 투어와 식사를 챙기는 일이 나와 남편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어서 모두들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정말로 녹초가 되었다.
2달 후, 길고 긴 아이들 여름방학을 어찌 보내나 고민하던 중 한국에 계신 어머님이 깜짝 발언을 하셨다.
"하노이는 진짜 애들이 할 게 없더라. 여름방학 때 애들 한국에 보내라."
게다가 시누이까지,
"여기서 운동이랑 학원이랑 과외 케어해 줄게"
진짜로 한 달이나! 아이들은 이미 한국 가서 고모네 귀요미 강아지들과 할머니 고양이, 워터파크 등등에 들떠 있었고, 1년에 한 번 정도 다행히 할머니댁에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만 있어서 엄마 없이도 오케이라고 한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남편이 한국행 티켓팅까지 완료했다는 카톡이 왔다. 정말 한 달이네? 나에게도 한 달이 현실이 되다니.
그래서 지금 나는 하노이에서 발리행 비행기 안. 남편의 하노이 주재원 발령부터, 지난 3년 동안 일어난 일이 꿈같다. 결혼 후에도 우리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도쿄, 호찌민부터 호주, 미국 등 장거리 여행도 다녔고, 남편과 둘이서도 프랑스, 런던, 로마, 스위스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혼자 여행은 처음이다.
나는 지금 샤일라 요가샘의 에볼루션 플로우 코스를 수련하러 발리에 간다. 한국 요가샘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해서, 수업을 들으려면 1년 넘게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발리행 티켓팅을 한 바로 다음날 코스가 시작되는데 S샘이 한 명이 취소한 것 같다며 연락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되었다. 모든 일정이 딱 맞아떨어진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몇 주전 S샘이 발리 한 달 여행을 간다고 할 때는 남의 일이었는데, 지금 나는 발리행 비행기 안이고 설렌다. 나는 발리에 가려고 요가를 했나. 45세에도 설레는 일이 생길 줄이야.
발리행 비행기 안에서 요가와 함께 했던 그동안의 시간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나의 요가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