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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Oct 11. 2020

구름아, 밝고 포근하게 자라렴

태명을 '구름이'로 정했다

아기 태명을 뭘로 지을지, 남편과 고민이 많았다. 광복절 즈음에 생겨난 아기라서 ‘광복이'는 어떨지 농담 반 진담 반 제안했지만 너무 억세다고 퇴짜 맞았고, ‘반짝이'가 제법 예쁘지 않냐고 제안했는데 반짝이는 대머리가 생각난다고 또 퇴짜 맞았다. 평소에는 다 내가 좋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는 남편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사람이었나 보다.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소나 물건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어떨까 싶었지만, 남편은 ‘아기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태명을 짓고 싶다고 했다. 듣고 보니 과연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둘 다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이 없어서 고민만 거듭하던 9월의 어느 햇살 좋은 날이었다. 부암동 한 카페에서 흰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생각이 났다.


“태명으로 구름이 어때?”


“구름이?”


“응, 구름처럼 포근한 사람으로 자라나라고!”


남편은 드디어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 아기 태명은 구름이가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남편은 구름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데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희망을 얻잖아. 우리 아기도 항상 하늘을 보며 긍정적으로 희망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그런 의미에서 구름이가 좋았어.”


가끔은 공대 남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성이 촉촉한 내 남편. 태명을 구름이로 정한 후 남편은 휴대폰 배경화면도 슬며시 구름 사진으로 바꿨다.


이제 9주 차인 구름이


구름이, 우리 구름이. 


엊그제 본 9주 차 초음파에서는 머리와 몸통 비율이 비슷한 3cm 아기가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손과 발을 마구 흔들어 댔다. 극초기에는 작은 점에 불과했던 아기가, 신기하게도 몇 주만에 사람의 형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아직은 성별도 모르는 이 아이가 태어나서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떤 어른으로 커 나갈까. 그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떠올리면 마음이 웅장해진다. 


하루에 몇 번이고 구름이의 이름을 불러줘야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밝고 포근한 사람으로 자라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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