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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Feb 09. 2019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베크만 장편소설

지난 [베어타운]에 이어 다산북스 독서지원 이벤트에 지원하여 받게 된 책. [베어타운] 뒷얘기를 다루고 있다.


베크만은 이야기 속에 자신의 철학을 적절히 투영해 내는 재주가 있다. 인간관계나 사회구조에 대한 통찰력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개인적으론 베어타운보다 더 좋았다.


청소년 하키팀은 해체되고 코치와 주전 선수들은 옆 마을 헤드로 옮긴다. 지원은 끊기고 단장은 해임되고 a팀도 해체 위기에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이 하키팀을 되살릴 수 있다고 단장을 찾아온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마을 훌리건들이 좋아하는 스탠딩석을 없애야 한다.


런던의 유력 기업이 공장을 만들고 하키팀을 지원한다고 한다. 오랜 라이벌 관계였던 옆 마을의 헤드와 베어타운은 일자리 때문에 갈등이 더 증폭된다.


[베어타운]이 개인과 공동체 이익을 사이에 둔 갈등이었다면 [우리와 당신들]은 마을과 마을 간의 갈등으로 확장된다. [베어타운]에서는 마을의 이익을 위해 성폭행당한 소녀를 거짓말쟁이로 몰지만 [우리와 당신들]에서는 하키팀 에이스가 호모라고 마을 사람들의 배척을 받는다.


베어타운은 하키밖에 없다. 의료시설도 공장도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 하키는 절대적이다. 스포츠에 광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는 마을 사람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라고 적힌 티셔츠를 마을 사람들이 입고 다닌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내편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생각하기에 사실상 정치인 테오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갈등을 만든다. 갈등을 만들고 그들에게 원하는 바를 주어 내편으로 만든다. 적에게는 공동의 적을 만들어 내편으로 만든다.


베크만 소설이 좋은 점은 상투적이지 않다. 옆 마을과의 경기에서 지고 있다가 에이스가 돌아왔다고 게임에 이기지 않는다.


게임에 졌지만 마을은 또 어떻게든 돌아갈 것이다. 개인과 마을의 문제, 마을과 마을의 문제도 서로 엉켜서 빠르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 갈 것이다.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가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p96

스포츠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천 개의 ‘그랬더라면'과 만 개의 ‘그러지 않았더라면'으로 귀결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지금의 삶이 아니라 누렸어야 하는 다른 삶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


p108

“다들 한 방향으로 뛸 때 나는 다른 방향으로 가거든, 사켈 그게 내가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이야"


p199

정치인들은 갈등이 있어야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동맹도 있어야 한다. 리샤르드 테오가 아는 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공동의 적을 만들거나 공동의 친구를 만들거나


p463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잖니. 우리를 너무 몰아세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달라지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거든.

다만 온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지. 여기저기서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듯이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를 강요당하면 누구든 싫거든"


“네가 남자랑 자고 싶어 한다는 걸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가 딱 하나 있다면 남자 하고는 행복하게 지낼 수가 없다고 이 자리에서 딱 잘라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야. 남자들은 골치 아픈 일만 안겨다 주거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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