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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Sep 22. 2019

김동식 작가 - 글쓰기로 바뀐 인생

[회색 인간]을 내기까지

김동식 작가는 진짜 흙수저다. 중학교 중퇴에 홀어머니, 누나와 살았다. 피시방 알바로 월 60만 원을 3년 동안 받다가, 외삼촌 소개로 성수동 주물공장에 와서 월급 130만 원을 받으니, 너무 좋아서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10년 동안 일했다.


그는 주물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단편 글을 올리다, [대리 사회]를 쓴 김민섭 작가에게 발탁되어, 책을 내고 작가가 된 특이한 경우다.


도서관에서 [회색 인간], [13일의 김남우],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세 권을 찾아 읽었다. 짧고 간결한 문체와 외계인, 요괴 같은 판타지 요소에 반전까지 내 스타일이다.


광명 소하 도서관에서 강연을 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들었다. 강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원래 참 말 못 하는데 강연을 다니다 보니 많이 늘었다면서, 여러분은 운이 좋다는 너스레까지, 그의 말에는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힘이 있었다.



그는 글 쓰는 방법을 네이버에서 배웠고 커뮤니티에서 댓글 달아주시는 분에게 배웠다고 고백한다. 네이버에서 알려준 글 잘 쓰는 방법은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쉽고 간결해야 하며, 부사나 접속사를 최대한 적게 쓰는 거라고 한다. 말이 쉽지 그렇게 쓰기 어렵다.


그가 남들과 다른 점은 게시판을 보면서 어떤 글들이 댓글을 잘 받나 연구했다는 거다. 긴 글은 안되고, 처음에 늘어지면 안 되고, 결말이 밋밋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냈다. 예전엔 돈을 내고 글을 읽었지만, 요새는 시간을 내고 글을 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득력 있다. 요새는 갈수록 긴 글 읽기가 힘들다.


자기만의 원칙은 3일에 한편씩 쓰는 거다. 3일이 넘어가면 게시판에서 글이 밀리고, 댓글이 안 달린다고 한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300여 편의 단편을 올리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자신 같은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운이고, 둘째는 꾸준함, 셋째는 태도다. 그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태도라고 한다. 자신은 댓글에서 배웠고, 감사해했고, 소통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백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태도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응원할 만한 사람이라고 인식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겸손한 태도로, 꾸준히 함으로써, 갑자기 찾아온 운을 잡았다. 이게 핵심이다.


그는 예전엔 이기적이면 더 성공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초연결의 시대. 평판은 숨길수 없다. 그는 행복의 본질은 나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내 행복을 남이 알 수는 없다.


누가 질문했다. 그런 기발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그는 상상력은 생각의 차이에서 나오는 거라 했다. 생각의 차이는 남들의 생각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도 아는 건 모두가 아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걸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맞다. 그래서 내 글이 진부한 거였다. 그런데 어떻게 나도 모르는 걸 쓰지? 감은 오는 거 같은데 궁금하다. 물어볼걸~


그는 그냥 좋아서 쓴 것뿐인데, 댓글 받고 싶어서 쓴 것뿐인데, 말 끝마다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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