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라면 제 소싯적 집 앞마당에 등나무와 함께 심겨져서 가을이 왔음을 알리던 예쁜 요술 방망이였습니다.
봄 되면 등나무의 향기가 진동을 하고 가을이 되면 빨간 호박과 오렌지색 여주가 열려서 참 아름다웠지요. 그런데 이런 예쁜 먹음직스러운 여주를 아버지께선 먹으면 죽는다고 못 먹게 하셨어요... 대신 붉은 호박과 여주를 따다가 주변에 나눠주시고 봄까지 테이블 위를 장식하는 용도로 썼습니다... 나이 드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ㅡ
인도에 와서 여주를 먹는다는 것과 이 여주가 먹어보니 몹시 쓰다는 것, 또한 몸에 그렇게 좋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당뇨와 동맥경화 등 현대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합니다. 여성 피부미용에도 좋다네요.ㅎ 인도의 식물과 야채 종류는 많기도 하거니와 보약이 되는 것도 많네요!
쓴맛을 제거하려면 반으로 갈라서 썰은 다음 소금을 뿌린 후 좀 두었다가 씻어서 볶음 요리하니 좀 낫습니다만 그래도 좀 쓴맛이 납니다. 뭐 몸에 좋다니... 하면서 마켓 가면 꼭 한, 두 개는 집어오는데 잘 안 먹게 되어 그나마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 쉽게 여주와 친해지는 방법 소개합니다.
어느 날 지인의 집에서 고야차라고 이름도 우아한 차를 대접받았는데 바로 여주로 만든 차였습니다. 우엉차나 둥굴레, 치커리 차와 비슷하게 구수해서 목 넘김에 부담감이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야차라고 가마솥에 여러 번 덖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일 년 내내 마켓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이맘때부터 여주가 많이 나오고 저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볼 수 있는 여주는 무척 크던데 차를 만들 때는 좀 작은 사이즈로 골라서 만드는 것이 씨도 별로 없어서 좋습니다. 푸른색 작은 것을 이용하는 것이 썰기에도 좋습니다.
* 만드는 법 알립니다.
1. 여주 1킬로 작은 것으로 준비합니다. 2. 깨끗하게 씻습니다. 소금물이나 식초물로 담가 놓았다가 씻으면 농약 등이 제거되겠지요. 3. 겉에 물기를 말렸다가 0.3-0.5센티 두께로 썰어 놓습니다. 씨앗은 털어서 없이 합니다. 양끝은 많이 쓰니까 버리세요.
4. 햇볕이 강할적에 채반에 널어서 이틀 정도면 마릅니다. 약간 덜 말라도 괜찮습니다. 5. 두터운 팬이나 냄비에 처음에는 불을 세게 했다가 타지 않게 불을 약하게 조절해서 볶습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저는 한번 볶고 몇 시간 후 한번 더 볶습니다. 색깔이 노릇노릇한 것이 구수한 향이 진동합니다. 한번 더 덖으면 구수함이 배가 됩니다.(세번정도) 6. 밀폐용기에 담아서 보관합니다.
* 먹는 법:
끓는 물 한 컵에 3-4개씩 넣어 잠시 후 마십니다. 그렇게 물을 넣어 두, 세 번 정도 더 마실수 있습니다. 아니면 물 1리터에 4-5개 넣어서 끓여서 음용합니다.
****
오래전 아이들 방학을 맞아 한국을 가야 했는데 구루가운 릴라 호텔에서 숙박을 했어요. 담당자가 어린아이 둘이 있으니 특별하게 스위트 룸을 주더라고요... 가보니 주방시설도 있고 큰 거실에 화장실이 두 개, TV도 두 군데 있어서 두 아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주부촉이 발동해서 옆의 빅 바자에 들러 여주를 1킬로 사서 시원한 곳에서 두 군데 프라이팬과 큰 냄비에다가 생 여주를 부지런히 덖어서 고야차를 만들었답니다.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고 뿌듯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집에서 고야차 만들려면 4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불앞에서 몇시간 씨름해야 합니다. 온몸에 땀띠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름에 서울 갈 때면 이젠 사갈 물건도 마땅치 않아서 여주차를 만들어 갑니다. 정성만땅!이거든요.
또한 이제는 저희 부부도 나이도 있어서 당뇨를 조심해야 하고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따신 물을 많이 먹어야 되는 시점에 여주차를 끓여서 항시 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