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 권분자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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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분자



1

잠을 잘 동안 내내

내 양 어깨를 내려다보며

밤새 어둠 한복판에 앉은 외등 같은 그녀가

단감 한 접시 저 혼자 썰어

저 혼자 야금야금 베어 먹었나보다

새벽달이 달짝지근하다


2

짐승 발톱 같은 바람이

몸을 훑으면 드러나는 화석

살비듬 수북하게 긁어모아

그 위에 누워버리는 화석

달은 늘 그랬다

잠 깬 내가 한껏 허공을 흔들어보아도

그는 미동이 없다


3

족쇄에서 발목을 뺄 준비에

조금씩 야위어가는 달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할 때 손잡아주는 것 또한

나와 멀리 떨어진 행성이다


어느 날은 작아졌다가 어느 날은 흐려진다는 건

사라지는 것에 당황하지 말라는 암시

부피를 줄이거나 색이 엷어질 때

서로로부터 조금씩 풀려났다


흐리게 또는 작게, 혹은 접었다가 폈다가

다시 오므릴 수 있다는 것은

이별을 두고 오래 골똘해 본 사람이라야

할 수 있는 경지


한없이 깊어진 정신의 강물 속으로도

감빛 출렁이는 아랫배로

돌아오지 않을 배를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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