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 전투 Ⅱ
**챠샤오빠오 주변 건물**
“너, 목숨 두 개 빚졌다.”
진은 형원을 보자마자 웃으며 반겼다. 그러나 형원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가 두 다리 멀쩡히 자신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두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보던 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형원에게 다가가 따스히 안았다.
“미안해.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걱정 많았지?”
“아냐. 내가 미안해. 고생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나타나줘서 고맙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어깨를 맞잡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근데,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그래. 빨리 나가서 돕자.”
**류허현 다물단 은신처**
“당황하지 마라! 아직 우리가 수적으로 월등히 우세하다! 적들이 저 뒤쪽 산에 있으니 전투태세를 갖추고 공격을 준비하라!”
여기저기 불길에 휩싸이고, 가축들이 돌아다니며 울어대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일본군은 공격을 위해 재정비를 하였다. 특히나 악명 높은 헌병대 군인들은 이런 아수라장에도 당황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색조는 나를 따르라. 빠르게 숲 쪽으로 들어가 놈들을 우선 무력화시···”
헌병대 지휘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이마에 총알이 박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근처에 돼지들이 다가와 그를 물어뜯었다.
이 모습을 본 군인들은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었다. 이때, 또다시 다른 지휘관이 신속하게 총성이 울린 동쪽 방향을 파악하고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총성이 울린 방향은 동쪽이다. 다들 은폐 엄폐하여 공격을 피해 접근하···”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북쪽에서 총이 날아왔고, 명령하던 지휘관이 아까와 같이 머리에 총알이 박혀 쓰러졌다.
이에 바로 또 다른 중위가 총알이 날아왔던 동쪽, 북쪽 방향들을 피해 병사들의 대열을 정렬시켰다.
“두려워 마라. 수색조는 빠르게 나와 같이 뒷산으로 이동···”
그러나 이번엔 서쪽에서 총알이 날아와 그의 머리에 꽂혔다. 지금까지 세 발의 총알이 모두 지휘관의 머리를 관통했다. 말 그대로 백발백중이었다. 그리고 총을 쏜 방향이 모두 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동군들은 어디로 총을 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고, 지휘관 위주로 상대가 사냥을 하다 보니 누구 하나 나서서 뭘 어찌하자고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적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다. 자세를 낮추고 방어태세를 갖춰라.”
평소에 극한의 훈련으로 웬만한 상황에 꿈쩍도 안 하는 헌병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쉽게 끝날 거라 생각하고 진행한 이 작전은 아직까지 겪어본 적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부대의 최고 정예 대원답게 바로 새로운 작전에 돌입했다. 말로 명령을 하면 상대의 저격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수신호로 무엇을 할지를 서로에게 알렸다.
“출발.”
큰 외침과 함께 약 300명 가까운 헌병대가 세 개 무리로 나뉘어 각각 동, 서, 북쪽의 숲을 향해 뛰었다. 산속에서 총소리가 들렸으나, 그들의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뛰어오는 헌병의 수를 크게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이 숲에 도달하자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를 본 다른 통화시의 군경들도 헌병들을 따라 숲으로 따라 들어갔다.
**시내 챠샤오빠오 주변**
만두가게 사장은 숨어든 주택가 골목에서 열 명 남짓의 일본군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는 사방을 계속 경계하면서 위협사격을 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이렇게 도망만 다니다간 포병들이 식당으로 가는 걸 못 막겠는데··· 어쩌지. 그냥 맞붙어야 하나?’
그때,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사장은 몸을 움츠렸고, 총알이 오른쪽 귀를 스쳤는지 한쪽이 먹먹했다. 그는 재빨리 벽 뒤로 숨었고 손으로 귀를 확인했다.
“아씨! 피···”
귀를 만졌던 손을 확인한 사장은 손에 피가 흥건히 묻은 걸 확인했다. 그는 벽에 기댄 채 대응 사격을 몇 번 한 뒤, 빠르게 옷을 찢어 머리와 귀를 붕대처럼 감았다.
이때, 앞쪽으로 수류탄이 하나 떨어졌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지만 그는 빠르게 생각했다. 멀리 피해야 하나? 그럼 폭탄의 파편을 완벽히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재빨리 집어 상대에게 던져야 하나? 수류탄을 집어던지려는 순간 적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총에 맞을 수도 있다.
방법은 하나였다. 그는 낮은 자세로 미끄러지듯 수류탄 쪽으로 빠르게 몸을 날린 뒤 발로 수류탄을 찼다. 상대의 총이 날아왔지만, 다행히 그의 자세가 낮아 그를 관통하진 못했다.
수류탄을 찬 이후 그는 재빨리 벽 뒤로 다시 뛰어갔다. 폭탄이 일본군들과 그가 있는 곳 중간쯤에서 터졌다.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사장은 빠르게 벽으로 숨으면서 발목이 살짝 꺾여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점점 혼자 싸우는 게 버거웠다.
“전원 수송차량으로 다시 복귀한다. 침입자가 다시 발생했다.”
갑자기 일본군들이 후퇴하자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그들의 수송차량에 있는 무기를 빼앗기 위해, 그들이 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는 미끼였다. 그들은 다 떠나지 않았고, 두 명이 남아 반대쪽 건물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사장은 그 건물을 지나쳤고, 숨죽여 기다리며 이를 지켜본 일본 병사는 뒤에서 그를 겨냥했다.
**챠샤오빠오**
그 사이 식당 안에서도 백야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들이 압도적인 수의 일본군에 둘러싸여 고전 중이었다. 다행히 대포는 고장으로 공격을 멈췄으나, 기관총이 빗발쳤으며, 주변 건물 옥상 등에서 계속된 사격으로 반격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범석 장군은 몸을 숙여 조심조심 주방으로 갔다. 그는 창고로 들어가 깊숙한 곳에서 장총 두 자루를 꺼냈다. 그리고 한 남자에게 다가가 총 한 자루를 건넸다.
“창균 형님, 2층으로 같이 가시죠.”
둘은 2층의 창문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숨을 죽여 어딘가를 조준했다.
‘탕!’ 소리가 거대하게 울렸다. 그리고 기관총 소리가 줄어들었다. 몇 초 후 다시 같은 총소리가 들렸고, 시끄러웠던 기관총 소리가 완전히 멈췄다.
둘의 총은 이제 옥상을 향했다. 둘이 목표한 곳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총알이 관통했고, 이를 본 일본군의 적극적이던 공격은 어느새 방어적으로 변했다.
분위기가 바뀐 걸 보고 백야 장군은 급히 황익수에게 다가갔다.
“황 단장, 신민부가 2층에서 대응 사격을 하는 동안, 다물단에서 식탁을 방패 삼아 먼저 나가시오.”
“네, 그럼 저희는 나가서 옥상을 장악하겠습니다.”
그들은 작전대로 둘로 나뉘어 공격할 준비를 했다. 다물단이 2인 1조가 되어 큰 식탁을 한 손씩 들고나가려던 때였다.
갑자기 이범석 장군이 1층으로 뛰어내려 가며 소리쳤다.
“수류탄이다! 피해!”
소름 끼치게도 주변 건물 옥상에서 30개가 넘는 수류탄이 동시에 식당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김창균 (金昌均, 1899~미상)
평안북도 창성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1919년 대한독립단에 가입해 항일 무장투쟁을 시작하였다. 1922년 군자금 모집을 위해 국내에 잠입, 강계 청풍동 주재소를 습격하고 밀정 송의봉을 처단하는 등 무력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대한통의부 의용군으로 활동하며 항일 전에 참여했고, 1924년에는 참의부 제1중 대원으로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저격 작전에 가담하였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나라사랑배움터 (edu.mpv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