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 전투 Ⅰ
**류허현 다물단 은신처 마을**
“네, 그럼 바로 공격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독립군 마을을 급습하기 위해 마을 주변 길목에 매복하고 있던 관동군은 드디어 본부의 연락을 받고 마을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마을은 분구 형태로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와 연결된 길은 단 하나였다. 관동군은 산 반대편을 삥 둘러 대부분의 퇴각로를 차단한 뒤, 길목 쪽으로 대규모 병력이 밀고 들어왔다.
“생포하지 않아도 좋다. 보이는 즉시 사살하라.”
마을에 진입하자마자 지휘관은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의 명령에 군인과 경찰들은 계획된 대로 일사불란하게 축사와 집 등의 각 건물에 총을 앞세워 들이닥쳤다.
몇몇 곳에서는 총성이 울렸고, 어느 곳에서는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하여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런데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함정입니다! 마을에 미친개들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집 안에 사람들은 없고, 각자 키우던 똥개들만 안에 있었던 것이다. 일본군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개를 무력화하기 위해 들어갔던 집 안에서 총질을 해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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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현 류자명의 집 (회상)**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밖으로 나가려 대문을 열었던 자명은 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받았습니다.”
“자명 동지, 큰일이오.”
“네,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거기 주둔지에 일본군이 쳐들어갈 예정입니다. 아마 근처에 매복해 있을 거예요. 빨리 단원들과 피신하세요.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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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현 다물단 은신처 마을 (현재)**
관동군들이 개들의 공격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멀리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수십 개의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들은 건물에 꽂혔고, 순식간에 불이 여기저기 붙었다. 그리고 불이 붙은 몇몇 곳에서는 폭탄이 터졌다. 이 난리에 놀란 축사 안에 있던 소, 돼지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동네는 혼돈 그 자체였다.
관동군이 곧 공격해 올 거라 전달받은 자명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각 건물들과 마을 곳곳에 기름을 뿌렸던 것이다. 그들은 다행히 관동군이 마을을 덮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 산 중턱에 숨어 공격을 준비할 수 있었다.
**챠샤오빠오 주변**
한편, 식당 앞에 포진한 헌병대는 지원 요청한 포병의 합류를 기다리며 식당 안의 독립군들과 대치 중이었다. 형원과 만두가게 사장은 건물들을 오가며 조심히 일본군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식당 앞에 갑자기 대포가 놓인 것을 보고 걱정이 커졌다.
“시내에서 저걸 쏘겠다고 꺼낸 건가요? 미친 놈들.”
“저 놈들 아까 당한 게 타격이 컸나 보네요. 저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나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데···”
“혹시 뭘 더 준비하고 있는지 올라가서 한번 보고 오겠습니다.”
형원은 빠르게 옥상으로 뛰어갔다. 불행히도 저 멀리 한 부대의 관동군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약 서른 명쯤 되는 포병 부대였고, 대포 2대 그리고 기관총 1대를 수송차량에 실어 오고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전하려 재빨리 아래로 내려왔다.
“대포 두 대가 더 오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포탄이 만두가게로 날아갔고, 그 소리에 형원은 깜짝 놀라하던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얼어붙었다. 사장은 식당이 보이는 골목 끝으로 가서 독립군들의 상황을 확인하려 했다.
펑!
또다시 포를 발사했고, 이는 식당의 지붕으로 꽂혔다. 두 번의 폭발로 인해 식당 안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포탄이 날아올 수 있으니 벽에서 떨어지시오! 위에서 파편 등이 떨어지니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기고 대응 사격을 합시다!”
또다시 포가 날아갔고, 이번엔 문 옆쪽에 터졌다. 자칫 문 안으로 들어왔다면 안에서 폭파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가운데 큰 구멍으로 내부가 노출되었고, 일본군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창문 등 내부가 보이는 곳곳에 계속해서 총알을 쏟아부었다.
몇 백의 인원이 한꺼번에 총과 대포로 공격을 해대는 바람에 내부에서는 이렇다 할 반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또다시 일본군은 포탄을 장전하였다. 앞면의 벽을 허물기 위해 방금 전과 비슷한 각도로 조준도 마친 상태였다.
“발사.”
포대장의 구호가 울렸고 병사는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심지가 다 타들어가도 격발이 되지 않았다.
“다른 포탄으로 바꿔라. 빨리.”
포병들은 신속하게 탄을 바꿔 다시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탄은 발사되지 않았다.
“멍청한 놈들! 신속하게 정비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형원과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사장이 고민을 하다 비장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뛰었다.
“아무래도 오고 있는 대포를 우리가 탈취해야 할 것 같네.”
“네? 선생님, 잠시만요.”
그는 재빨리 쫓아가 그의 앞을 막았다.
“선생님, 저들은 서른 명도 넘어요. 그리고 기관총까지 가지고 있는데, 저희 둘이서는 무리입니다.”
“대포가 저길 공격하면 저 사람들은 다 죽네. 무서우면 숨어 있게. 나 혼자라도 막을 테니.”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무턱대고 공격했다간 개죽음당하기 십상입니다.”
“비키게. 일초가 아까우니까. 자네에겐 남일지 모르지만 저 안에 있는 사람들, 나에겐 가족이야.”
사장은 형원을 뿌리치고 포병이 오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근처에 다다르자 무작정 권총을 쏴 대기 시작했다.
그의 총에 맞아 두세 명의 군인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이를 보자마자 그들은 수송차 뒤에 숨어 이를 방패 삼아 사장 쪽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간신히 총을 피해 벽으로 숨었다.
그들은 벽과 수송차에 숨으며 숨 막히는 총격전을 벌였다. 그러다 일본군 하나가 수송차 위로 올라가 기관총을 잡고 사장 쪽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빗발치는 기관총의 공격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상대가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일본군은 수신호를 보냈고 열 명쯤 되는 인원이 서로를 지원 사격하며 적을 포위하기 위해 건물 양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다른 골목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형원은 재빠르게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옥상에 도착한 그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장에게 다가가는 관동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위치는 적들에게 금방 발각됐다.
“옥상에 한 명이 더 있다. 저쪽을 향해 쏴라!”
이번엔 기관총이 형원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고, 그는 바짝 엎드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잘 훈련된 군인들이 신속하게 건물로 뛰어들었고 옥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죽겠구나.’
형원은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가겠단 심정으로 납작 엎드려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 쪽을 겨냥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적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또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 거냐··· 그냥 빨리 죽여라!’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그는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다가갔다. 옥상문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자 일본군 대여섯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뭐지? 선생님이 도와주신 건가?’
한 걸음 한 걸음 시체들 틈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중, 갑자기 시체 사이에 누워 있던 일본군 하나가 몸을 일으켜 그에게 총을 쏘려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어두운 복도 끝에서 번쩍이며 총이 발사됐다. 그 공격에 형원을 쏘려던 군인은 제자리에서 다시 쓰러졌다.
그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두운 복도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실루엣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형원의 친구, 진이었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김마리아 (金瑪利亞, 1891~1944)
평양 출신의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로, 이화학당과 도쿄 여자학원, 미국 스크랜턴대 등에서 수학하였다. 1919년 3·1운동 직후 ‘대한민국 애국부인회’를 조직, 여성 항일운동을 주도하고 임시정부 군자금을 지원했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으며, 출옥 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을 이어갔다. 귀국 후에는 기독교계 여성운동과 민족교육에 힘썼다. 정부는 그녀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