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54화 - 처벌

by 팬터피


**예진의 집 (회상)**




익수와 사장을 비롯한 7, 8명 정도의 다물단 핵심 멤버들이 예진의 집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백야 장군님께서요?”




“네, 맞습니다. 장군님 사촌이신 김종진 동지와 저번에 만났을 때, 신민부와 우리가 같이 힘을 합쳐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는 김좌진 장군님의 생각이기도 하고요.”




단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뜻밖에 나온 이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들 머뭇거리자 자명이 대신 말을 꺼냈다.




“우리도 그렇고 그쪽도 작은 조직은 아니라 힘을 합친다면 독립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무대를 어디서 할 것인지,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등은 직접 뵙고 다 같이 논의를 나눠봐야 할 것입니다.”




“네, 그래서 날도 받아왔습니다. 7월 25일입니다.”




모인 사람들은 또다시 머뭇머뭇 말이 없었다. 듣기만 해도 엄청난 일이 척척 일어남에 기쁘면서 놀랍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 많은 인원이 따로 눈에 안 띄게 만날 곳도 없으려니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똥파리들이 워낙 많이 꼬여 있어 정보가 새어나가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이가 걱정인 황학수 단장이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아시겠지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만나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신민부나 백야 장군님의 경우는 경찰들이 덫을 더 많이 놔서···”




사장은 그 말을 듣고 단장의 뒤로 가 그의 어깨를 짚고 비장하게 답을 했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셨답니다. 나라를 되찾는 일에는 하루도 지체하고 싶지 않다고.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다 신흥무관학교 시절에 비해 힘이 많이 빠진 상황입니다. 최대한 빨리 새로운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건 신민부도 마찬가지고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단장으로서 단원분들을 너무 뻔히 보이는 위험에 노출할 순 없습니다.”




평소 사장에게 깍듯한 단장이 처음으로 단호하게 그의 의견에 반발하자 다른 단원들이 살짝 놀라 그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렇지만 사장은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이 고민 끝에 가져온 생각을 찬찬히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이죠. 아예 우리가 만나는 장소와 시간 등 기밀사항을 저들에게 흘리는 건 어떨까요?”




사장의 황당한 제안에 예진의 집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저희야 그렇다 쳐도 김좌진 장군님도 오시는데···”




“장군님도 이 방법에 긍정적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일본군을 함정에 빠뜨려 우리가 그들을 크게 물리친다면,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씀하셨답니다. 다들 알잖아요. 지금 우리도 그렇지만 많은 독립군 단체들이 만세운동이나 청산리 대첩의 승리 이후 때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걸요.”




사장의 말을 유심히 듣던 황 단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거기에 이 작전으로 밀정도 색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뭐부터 준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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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건물 옥상 (현재)**




“함정이라니? 무슨? 아니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한번 설명해 봐라··· 어서!!!!”




사장은 여유롭게 난간 쪽으로 가서 일본군들이 대기 중인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던진 미끼를 네가 문 것이다. 무식한 놈아. 잘 봐둬라. 한 사람의 한심함과 그 무지한 자의 자기 확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를.”




“알고 보니 노망 난 게 아니라 원래 미친놈이었구나. 그냥 뒈져라, 이 새끼야.”




사장은 츠즈키 쪽으로 다가가 머리 쪽에 겨눠져 있던 총구를 심장 쪽으로 가져갔다.




“아직 할 일이 많아 죽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왕 쏘는 거면 심장으로 쏴라. 이렇게 안 하면 나라를 되찾기 전까지는 이놈이 계속 뛸 것 같으니.”




“미친놈. 죽기 전까지 제정신이 아니구나. 잘 가라.”




‘탕!’ 하는 총소리가 정적을 깨고 크게 울렸고, 그 소리에 근처에 있던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윽··· 헉···”




갑자기 츠즈키가 피를 토했고, 사장을 향해 겨눴던 총을 떨궜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경찰 서장과 만두집 사장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주변을 살폈고, 역시나 올라오는 문 쪽에 한 남자가 츠즈키 방향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 남자는 바로 형원이었다. 그는 좀 전에 이곳에 올라와 둘이 나눈 이야기를 들었고, 츠즈키가 사장을 쏘려 하자 그를 돕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총을 들고 서장과 츠즈키 쪽으로 터벅터벅 다가갔다.




“여러 번 묻지 않겠다. 예진이와 진을 죽이라고 지시한 놈이 누구냐?”




아직 목숨이 붙어 있었던 츠즈키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빌었다.




“저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자가 서장입니다. 모든 것들은 다 이 자가 꾸민 것이고, 저는 시키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이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다 서장이 버럭 화를 냈다.




“뭐라고 이놈아? 뭘 잘못 처먹은 게냐? 다 네놈이 책임지겠다고 이렇게 판 키운 게 아니더냐! 다 이놈이 꾸민 것입니다. 제가 서장은 맞지만 저는 그 두 사람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형원이 한심한 듯 킥킥 웃었다.




“우리 보고 의리 없다 조잘대더니, 거짓말들을 잘도 나불대는구나. 야비한 새끼들.”




형원은 바로 츠즈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서장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총을 꺼내 상대를 향해 발포하였으나 이 역시 형원의 대응이 더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츠즈키 경감과 서장은 죽음을 맞이했다.




둘의 죽음을 확인할 새도 없이 그는 급히 사장에게 다가가며 서둘러 말했다.




“사장님, 그동안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많은데 우선 급한 게 하나 있습니다. 관동군이 다물단 은신처로 습격을 하러 갔습니다. 거기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우연히 예전에 납치됐던 그 경감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만두가게 근처 골목**




한편, 보고받았던 것과 다르게 처음 들어간 인원이 몰살당하자 헌병대장은 분노에 휩싸였다. 거의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끝낼 것 같았던 작전이라 생각했는데, 시작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돌대가리 같은 시골 놈들 내가 믿는 게 아니었는데! 함정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판을 벌려? 하야토, 그 츠즈키인지 뭔지 하는 경감 새끼를 바로 여기로 끌고 와라. 당장!”




“대장님, 진정하십시오. 그놈은 우선 작전을 마치고 처벌하시죠.”




“알았다.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저희가 큰 병력을 잃긴 했지만 아직도 병력으로는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그냥 며칠 가둬서 굶겨 죽여도 되고, 불을 질러도 될 듯합니다.”




건물을 유심히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대장은 중위의 어깨에 툭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니다. 번거로우니 그냥 대포를 쏴버려라. 빨리 끝내버리자. 포대에 지원 요청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2대대는 그놈들 마을 근처에서 아직 대기 중인데, 공격 명령을 내릴까요?”




“그래. 그렇게 해라.”






**만두가게 주변 건물**




사장은 옥상에서 내려와 아무 집이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주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걸 들은 사람들은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아무도 문을 열어주려 하지 않았다.




사장은 형원의 총을 빼서 문고리를 쐈다. 집 안에는 아이와 엄마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해치러 온 게 아닙니다. 문을 저런 건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변상하겠습니다. 급해서 그런데 집에 전화가 있을까요?”




아이들 엄마는 두려워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전화 쪽을 가리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화 한 통만 쓰겠습니다.”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숨을 죽인 채 다이얼을 돌렸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그러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대기음이 길어질수록 사장은 초조함에 점점 표정이 굳어져 갔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김익상 (金益相, 1895~?)




평안남도 평양 출신의 의열단 소속 독립운동가로, 1921년 9월 조선총독부 청사에 폭탄을 투척한 주역이다. 이어 1922년에는 상하이에서 일본 육군 대장 다나카 기이치를 저격했으며, 1924년에는 중국 텐진의 일본영사관 폭파 시도에도 가담했다. 체포와 탈출을 반복하며 활약했으나 1924년 다시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일제 감옥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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