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53화 - 덫

by 팬터피

**챠샤오빠오 주변 건물 옥상**

아무런 의심 없이 백야 장군은 이범석 장군과 같이 만두가게로 들어갔다. 이를 본 츠즈키는 흐뭇하면서도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순사에게 지시했다.


“퇴로를 맡은 병력을 제외한 모든 인원들은 이제 조용히 앞쪽으로 집합하라 전달해라. 바로 쳐들어가겠다!”


“네, 알겠습니다.”


하명을 받은 순사는 내용을 전하러 옥상에서 신속히 내려갔다. 츠즈키는 모든 것이 다 끝난 양 신이 나서 만두집 사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거 아시오? 당신이 오늘의 이 모임에 대해 알려주기 전에 이미 난 이걸 알고 있었소. 한 달 전쯤인가, 잡혀왔던 친구들 중 여자애가 목숨을 구걸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줍디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그 애는 살아 있나요?”


“아뇨, 바로 죽였죠. 배신하는 놈은 또다시 배신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의리가 중요한데 말이죠. 조선 출신들은 그런 게 좀 부족하단 말이지···”


“음··· 그럼 저도···..?”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경감은 당황해서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잠깐을 망설인 뒤 질문에 답을 했다.


“에이, 사장님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세 번만 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거 아닙니까. 이건 배신과는 다르죠.”


이때, 서장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습격과 2차 공격, 그리고 퇴로 차단까지 지휘는 헌병대장님이 진행하시겠다고 하네. 자네 정말 고생 많았네. 이런 대단한 작전을 그리다니. 정말 대단하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러십니까! 앞으로도 저만 맡으십쇼. 아무튼 감사합니다, 서장님.”


기쁨에 겨운 나머지 츠즈키는 숨겨왔던 건방진 모습이 약간 밖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런 것도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서장 역시 지금의 상황이 즐거웠다.


**챠샤오빠오 주변**


있는 힘껏 달린 형원은 식당 주변에 다다랐을 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근처 건물로 들어가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젠장, 늦었구나. 어쩌지? 다른 수가 없을까?’


이미 만두가게 앞은 관동군이 급습을 위한 준비가 끝나 있었다. 그들은 나무 및 건물에 은폐 엄폐하여 출동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뛰어들어간다면 도움은 안 되고 그들의 총에 개죽음을 당하게 될 뿐이었다.


‘그래도 그냥 뛰어들어갈까? 어찌해야 하지···? 생각하자 생각해···’


그는 안에 경고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좁은 골목에 몸을 숨겨 보이는 관동군들을 조준했다.


탕! 탕!


헌병 둘이 픽 하고 쓰러졌고, 예상치 못한 총성에 당황한 헌병대장은 만두집 내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수신호로 공격 신호를 보냈다.


거의 700명 가까운 군·경이 식당 주변을 일사불란하게 애워쌌고, 약 절반 정도의 수가 문과 창문을 부수고 내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열 명 남짓의 헌병들은 총성의 시작점을 향해 뛰어왔다. 그래서 형원은 먼저 식당이 제일 잘 보이는 다른 건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바로 동태를 살피기 위해 옥상으로 뛰어갔다.



**식당 내부**


한편, 식당 안으로 들이닥친 군경들은 당황했다. 식당은 어두컴컴했고 여기저기 둘러봤으나 방금 들어갔던 독립군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식당은 1층이 넓게 광장처럼 펼쳐져 있고, 2층은 벽 쪽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 그래서 위는 좁고 식탁 몇 개 못 들어가는 대신 아래가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약 300명 가량 되는 1차 공격 인원이 다 들어왔을 때 쯤, 일부는 수색을 위해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오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양쪽에서 어떤 물체 두 개가 날아왔다.


쾅! 쾅!


하나는 연막탄이었고 또 하나는 폭탄이었다. 폭탄이 터지며 1층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연막탄에 의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2층에서 사람들이 한 자리씩 잡고 둘러서서 1층을 향해 총질을 해댔다.


“놈들이 2층에 있다. 당황하지 말고 위쪽을 향해 사격을··· 윽...”


그들은 상대가 어딨는지를 알았으나 그들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연막탄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고, 쳐다보면 바로 위에 있는 상대와 눈이 마주쳐 총에 맞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다들 최대한 몸을 숙이고 허공에 대고 총을 쏘고 있었다. 그렇게 쏘는 총은 적의 근처에도 닿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후, 1층에서 올라오는 총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그만!”


넓은 식당에 백야 장군의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독립군 모두가 사격을 멈췄다. 그러자 식당 안이 고요해졌다.


1층을 가득 채우던 연막탄 연기의 베일이 조금씩 걷히자, 깨져 나간 흩어진 접시들 사이로 붉은 물이 고이고 있었다. 그 위엔 고요한 죽음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불과 몇 분 전, 쉬운 승리를 장담하며 독기 가득 찬 눈빛으로 이곳에 들어왔던 자들이 싸늘한 시체로 변해 바닥을 가득 채웠다.


연기가 사라지자 밖에서도 시체 더미를 확인할 수 있었고, 2차 침투를 위해 대기 중이던 관동군들은 이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 한 발씩 뒤로 물러섰다.


“대기하라! 침투 인원 전원 사살됐다.”


“함정이다! 전원 우선 현재 자리 유지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관동군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식당을 에워싼 채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챠샤오빠오 주변 옥상**


한편, 옥상에서 츠즈키는 ‘함정’이란 말에 몹시 혼란스러웠다. 독 안에 쥐가 들어 있다는 말을 듣고 들어갔는데, 안에는 쥐가 아닌 호랑이가 있는 꼴이었다.


“뭐? 그럴 리가 없는데··· 뭐지?”


아직까지 이 상황이 잘 믿기지 않았던 그는 총을 꺼내 입술을 깨물며 총구를 만두집 사장의 이마에 바짝 들이댔다.


“함정이라니? 무슨? 아니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한번 설명해 봐라··· 어서!!!!”


“멍청한 놈.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멍청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이란 말 들어보았나?”


“뭐?”


사장은 여유롭게 난간 쪽으로 가서 일본군들이 대기 중인 것을 짚으며 말했다.


“내가 던진 미끼를 네가 문 것이다. 무식한 놈아. 잘 봐둬라. 한 사람의 한심함과 그 무지한 자의 자기 확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지를.”


“뭐? 이 노친네가 노망이 났나? 뭔 개소리냐? 나라도 잃은 너네 같은 더럽고 하찮은 놈들이 뭘 안다고 짖어대?”


그의 말을 듣고 사장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약간 화가 묻은 말투로 성토했다.


“우리가 나라를 잃은 건 하찮고 무지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믿었던 것이고, 너희가 나라를 빼앗은 건 유능해서가 아니라 욕심이 많았던 것 아니냐? 그리고 그마저도 너희보다 더 탐욕스러웠던 찢어 죽일 을사오적 같은 놈들이 없었으면, 우리나라 같은 멋진 나라를 가져갈 수나 있었겠냐? 아직까지 삼일 굶은 개마냥 주위에 기웃대면서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었겠지···”


“알고 보니 노망 난 게 아니라 원래 미친놈이었구나. 그냥 뒈져라, 이 새끼야.”


사장은 츠즈키 쪽으로 다가가 머리 쪽에 겨눠져 있던 총구를 심장 쪽으로 가져갔다.


“아직 할 일이 많아 죽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왕 쏘는 거면 심장으로 쏴라. 이렇게 안 하면 나라를 되찾기 전까지는 이놈이 계속 뛸 것 같으니.”


“미친놈. 죽기 전까지 제정신이 아니구나. 잘 가라.”


‘탕!’ 하는 총소리가 정적을 깨고 크게 울렸고, 그 소리에 근처에 있던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독립운동가 인물 평전]


권동진 (權東鎭, 1861~1947)


한말 개화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로, 1910년 국권피탈 이후 신민회·대한광복회 등 항일 비밀결사에 참여하며 투쟁을 이어갔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기여했고, 임시의정원 의장·국무원 참의 등을 역임하며 조직 정비와 외교 활동을 주도했다. 또한 대한독립촉성국민회 회장으로 민족운동을 이끌었으며, 일제 말기에도 민족 지도자로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였다.


*출처: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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