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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Apr 19. 2024

30살이 되니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MRI 전자파 3중주를 들으며

  때는 바야흐로 지난 3월, 자다가 일어나 보니 오른쪽 팔이 절였다. 오잉? 내가 잘 때 팔을 눌렀나?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증상은 심해졌다. 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절였다.


  어느 하루는 줄넘기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퉁퉁 부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목디스크인가... 10대 때부터 너무 고개 꺾으며 책만 보았나... 고민이 들던 찰나, 기분이 이상해서 근처 신경외과를 방문하였다.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은 숙련된 의사셨다. 나보고 오른쪽 발을 요리조리 해보라 하시고, 걷기도 해보라 하시고, 꼼꼼히 체크하셨다. 나는 오른쪽 팔과 다리가 절일 뿐, 모든 게 정상이었다. 통증도 없고 감각 저하만 살짝 있을 뿐이었다. 굳은살이 팔과 발에 박힌 기분이랄까?


  의사 선생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래저래 나를 움직이시다가... 물어보셨다.

  “혹시 머리, 귀, 목도 오른쪽이 왼쪽보다 감각이 없나요?”

  나는 그런가 모르겠어서 만져봤는데, 엥... 헐... 오른팔 오른 다리뿐만 아니라 오른쪽 머리, 귀, 목, 배 모두 감각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래저래 나를 테스트하며 고민하다가... ‘진료의뢰서‘라는 걸 작성해 주셨다.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을 가라고 하셨다.


  충격이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료의뢰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을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네병원 의사들이 모르는 증상을 가졌다.


  충격 여파는 셌다. 나는 어쩌다 이런 상태가 되었고, 나 그래도 착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신은 왜 나에게 이런 벌을 주나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내원을 했다.




  대학병원에 간다고 해서 바로 MRI나 CT 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의사와 상담 후 뇌 MRI를 찍기로 하고 모든 기능 검사 혈액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예약날짜에 맞춰 병원에 내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MRI 찍는 통에 들어갔다.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기계에 들어갔다. 오른쪽 팔에 수액(?)을 꽂은 채로 들어갔다.


  MRI는 나에게 전자파를 쏘아댔다. 둥 둥 둥 두루루루룽 등 3~4가지의 악기로 연주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검사가 완료되었다.


  2주 뒤, 검사를 들으러 갔다. 내 몸의 오른쪽은 계속 감각저하가 있는 상태였다.


  대학병원 의사(교수) 선생님은 “아무 이상 없는데요?”라고 말씀하셨다. 아아... “뇌도 정상, 혈액도 정상이에요. 신경에 이상이 있어서 영향이 간다면 뇌와 혈액에 바로 티가 나는데 아무 이상이 없어요”... 나는 의아했다. “MRI에서 제 신경은 안 나타나나요? 저는 몸 오른쪽이 불편한데요?” 교수님은 “신경을 세세하게 볼 수는 없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증상이 크지 않으니 목 디스크도 아닐 거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현대 의학으로는 신경을 볼 수 없고, 제 증상도 설명할 수 없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니,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다. 내 증상은 현대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인 것이다.




  뇌 MRI 전자파 3중주를 듣고, 현대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라는 말을 듣고... 일단 건강하다니 ㅇㅋ인데 몸이 불편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대학병원에서 검사비 80만원 정도 나왔는데 내 실비보험은 하루 최대 25만원 밖에 안 해준다는 말을 듣고 더 싱숭생숭해졌다. (드러누웠으면 90% 해준다고 한다... 드러누웠어야 했나...?)


  세는 나이 30살이 된 해, 나는 여기저기가 아파지고 있다.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몸 오른쪽이 감각 저하가 있다. 최근엔 목도 아파서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 이가 시려서 치과도 갔었다.


  어느 날 회사 동료 분들과 함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건너편 테이블에는 60~70대 여성 분 둘이서 밥을 드시고 계셨다.


  문득 저분들은 어디가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들었다. 우리 할머니는 늘 무릎이 아프다고 그랬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우리 몸은 왜 하나씩 무너지게끔 설계되어있는 걸까? 나이 많으신 분들께서 여기저기가 아프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디시는 모습에 갑자기 경외심이 들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구나,

  인간의 몸은 굉장히 복잡하구나,

  우리는 모두 결국 하나씩 무너지는구나,

  자세를 잘 잡고 살아야 하고 건강히 살아가야 하는구나...


  30살이 되자마자 많은 것들을 깨닫고 있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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