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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05. 2022

113 다짐을 확인하는 시간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새해 결심들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너무 바빠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지박약이고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성격 탓도 있습니다. 끈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이루고 싶다는 욕망으로 달리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핑계를 댑니다. 금씩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만 반복하는 새해입니다. 게 공부하면 지혜통찰력 있어서 더 즐겁게 집중할 수 있다니 노력해야겠습니다. 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오래오래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비슷상이 무탈하고 변함없는 게 고마운 일이라는 걸 기억하며 조금 늦게 새해 결심 열차 출발합니다.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새로운 일도 해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 결심의 단호함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단정하고 예쁘게 머리 모양을 만들어준 친구가 즐겁고 건강히 일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의 커피는 바 크리스탈 마운틴. 100g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구입한 곳은 커피플라워. 울을 뺀 모든 계절에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같은 카페다. 로스터리 카페이며 바리스타 실무 교육도 하는 곳이다. 거의 모든 원두가 있다. 원하는 원두가 없으면 계절에 맞춰 구해주기도 한다. 꽃과 나무를 보며 손잡고 얘기할 수 있는 장소다. 소장하고 싶은 찻잔이 가득한 곳이다. 마음에 드는 잔을 고르고 그 잔에 커피를 따라 마실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희망사항이다. 행여 사장님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를 진상 고객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쿠바 크리스털 마운틴은 콩알이 매끈하고 시원하게 참 잘 생겼다. 손가락으로 굴리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달콤한 비밀을 간직한 기분이 된다. 마카롱, 다쿠아즈, 마들렌 같은 과자와 어울린다. 볶은 보리의 구수한 맛이 난다. 달큰하니 자연스러운 쓴맛이다. 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한 잔 더 주세요,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바쁘게 사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한숨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고 말하는 커피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 평온함을 선물한다. 쌀함이 극에 달한다는 소한 아침에 마시기 좋다. 들뜬 목소리와 부지런한 손놀림로 기지개를 켜고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위안을 주는 물건을 생각한다. 다이어리, 볼펜, 여행지 엽서, 만화책, 28cm 궁중팬, 줄넘기, 운동화. 올해도 이것들이 나를 일상에  단단히 딛고 건강히 지내게 해 줄 것이다. 묵묵히 듣고, 또박또박 읽고,  빠른 속도로 쓰고(어려울 수 있지만 꼭 그러고 싶은) 쓴 흔적을 남기며 지낼 것이다. 그럼 이만 무시무시한 추위에 압도되지 말고 같이 커피 마시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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