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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Mar 14. 2022

151 상쾌한 봄꽃들이 온다

예가체프 콩가 G1 내추럴

 때때로 법륜스님의 강연을 듣는다. 스스로 정한 답이 맞는지 확인할 때 듣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며 안심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오늘은 마음에 드는 사람 없고 가는 데마다 시비 걸고 피곤하기 짝이 없습니다, 살 수가 습니다, 라는 상담자의 토로에 답하는 강연을 들었다. 답이 묘하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손 내밀어 보세요, 그게 사는 길이에요 하신다. 선문답 같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가 흐른다. 벚꽃엔딩. 벌써 꽃노래다. 법륜스님 강연과 다른 분위기다. 일상은 늘 이렇다. 무겁다가 가볍고, 가볍다가 또 무거운 그 간격을 오가는 분주함. 래는 아침부터 예쁜 지도 들고 콧바람 쐬러 가라고 속삭인다. 수의 목소리가 나직하고 사부작사부작 듣기 좋다. 듣고 있으니 마음이 간질댄다. 밖으로 나가 조금은 낯선 골목길을 걸어 다니고 싶은 충동이 보글보글 대기 시작한다. 기어이 봄바람이 다. 이쯤 되면 운동화 꿰어 신고 모자 달린 바람막이 입고 방 셋 거실 하나 부엌 하나를 둔 자그마한 둥지를 뒤로 하고 바람에 몸을 맡겨야 한다. 어디로 갈까? 봄의 전령인 매화와 산수유를 보자. 매화는 아른한 빛을 띠며 마음을 경건하게 한다. 노란 산수유는 아슴아슴 간질간질하다. 천변에 일렬로 나란히 섰다.  보기만 해도 눈이 맑아진다.


 봄바람 휘날리며 진해 벚꽃 속으로~ 올해도 진해군항제는 열리지 않는다 한다. 여좌천 위를 지나는 체리 브리지를 지나고 벚꽃축제의 핵심 무대인 경화역을 천천히 걸으며 색색깔의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들을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상을 한다. 벚꽃 문양의 액세서리들을 손으로 살짝 건드린다.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오늘의 커피는 예가체프 콩가. 노오란 봄꽃이다. 커피플라워의 감별사 분들이 공통으로 표현한 바는 유채꽃이다. 콩가는 그런 향미를 가진 커피다. 햇살 아래 잘 마른 고소한 향기가 퍼지고 여성스럽 수다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느낌의 커피다. 착 감기는 듯한 감칠맛과 혀 위에서 오랫동안 춤추는 성큼한 신맛이 난다. 향긋한 여운이 남는다. 다음 한 잔이 또 마시고 싶어 진다. 밋밋하거나 약해 보이지만 언 땅을 뚫고 가장 먼저 손톱만 한 꽃을 피우는 로제타 식물처럼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한 줌 햇빛에 기대어 자신을 드러내는 풍성한 커피다. 꽃샘추위에 꽃을 피우는 단호함이 느껴지고 은은하게 달콤한 쓴맛이 좋은 커피다. 살면서 진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던지며 마시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지금은 노란 꽃들의 개화로 즐겁다. 그리고 노란 꽃향의 커피로 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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