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1화
보고 싶고 (우선)
사랑하는 미선에게.
밤 12시가 넘어 창을 열어버리고 12월의 찬 공기가 가득 가슴으로 밀려온다.
추위보다는 신선한 상쾌감에 매우 기분이 좋다.
비가 오후까지 내리더니 너에게 전화를 건 후로 조금씩 개인다.
지금은 마치 10월의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깔린 그런 풍경에 잔잔한 달빛과 그리 어둡지 않은 밤의 색깔과 냄새, 주황빛 가로등 빛이 함께 어우러져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누군가 함께 있어 머리를 기대로 함께 어깨를 껴안고 밤새도록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읍니다. (물론 미선이와 함께)
울산에 일찍 가서 조금은 놀랬고 서울서 안 내려와 많이 걱정이 되었다. 더욱 멀리 있으니 얼마나 보고 싶은지 가슴을 열어 보여주고 싶다. 편지 보냈다는 소식에 퇴근길에 우편함만 뒤적이고, 없을 때의 실망과 허탈은 기다리는 사람의 특권일 것입니다.
밤 깊어 생각을 정리하다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어야 할까.
누군가(미선)가 보호를 받아야 하고, (내가) 보호하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려면은 이제까지의 생활과 습관들을 전면 제고하고 좀 더 발전적인 삶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에 대비하여 나의 발전과 미선의 동참에 원동력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 준비에 전념하고 있나? 조금은 변했지만 별로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마냥 그 전과 같을 수 없고 내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위해 내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확실한 삶을 꾸려야 한다고 반성하고 실천하렵니다. 성실한 생활을 위해. 그러기에는 미선이의 많은 도움과 격려 또한 필요합니다.
오늘은 밤을 꼬박 새울 예정입니다. 좀 더 생각을 심층있게 정리하고 계획하며 조금 흐트러졌던 생활을 바로잡고. 이제는 회사에도 잘 적응되었으니, 그리고 이곳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섰으니, 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하나씩 정리하렵니다.
이 밤은 참 기분 좋은 밤. 미선에게 편지를 쓰고 그대의 편지를 다시 정리하여 읽고 방을 정리했읍니다. 상쾌환 기분(밤늦게 샤워함)으로 그대에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이만 줄입니다.
-1986년 12월 16일 01시-
“아이스크림 사주는 건 좋은데 살찐다. 하지만 살쪄도 사랑스러우니 사주어야겠다. 많이. 그대를 전국적으로 소문나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PS. 26, 27일 휴가낼 예정임. 이제까지 못 본 얼굴 마음껏 보겠음. 그리고 22일 축전 띄우겠음(생일) 그대 주의하라던 것에 많은 애를 쓰고 있으니 염려 놓기 바람. 한때 건강이 무슨 소용이냐라는 허무주의로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조금씩 술, 담배 줄이고 있음. 식사 매일 하고.
“나에게만 그러지 말고 미선이 또한 식사 꼭꼭하고 더욱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