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좋아해
"좋아해!"
생각해 보니 이 세 글자를 소리 내어 말한 적이 있었던가?
내 곁에 오래 두었던 것들.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었던 것들을
조심스레 꺼내어 보자.
저녁 비,
해가 지고 내리는 비는 내게 좀 특별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게 쉼을 주는 느낌이다.
시원하지만 따뜻함이 있어 냄새마저도 좋다.
다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공기 속에서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커피,
코끝에 스치는 진한향이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로 내 마음을 이끈다.
정신없이 보낸 하루의 나를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려준다.
여행,
가끔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감정에 따른 여행이 더 좋다.
멀지 않아도, 여행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떠나고 싶은 그 순간.
그저 익숙한 동네 안에서
조금 낯선 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 짧은 시간이 오히려 더 깊은 여행처럼 느껴진다.
이 시간은 내게 감정의 변화를 준다.
답답할 땐, 마음을 식혀주고
지칠 땐, 조용한 용기를 건네주며
고민이 많을 땐, 방향을 알려주기도 한다.
조금 성장하는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아이들 마음 읽기,
말보다 눈빛, 행동보다 표정을 함께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성장한 모습이 보여진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그 성장이 나에게도 조용한 울림이 된다.
아이를 이해하려 했던 그 마음이,
어쩌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했을 것이다.
책, 소품, 내 공간.
책장을 넘길 때의 느낌,
작지만 예쁜 소품 하나를 진열해 두는 일,
내 공간을 정리하며
왠지 모를 편안함과 행복함이 느껴지는 순간.
그 모든 '좋아하는 일'들 안에 숨어 있던 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묵묵히. 조용히.
나도 모르게 내 곁을 지켜온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았구나.
이제야 소리 내어 말해본다.
"내가,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