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자각몽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지하철역 안에서 적들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근데 이거 꿈속 같은데?'라며 꿈속이 틀림없단 확신을 했다. 플랫폼에서 달리던 나는, 현실의 '나'의 의지로 날기 시작했는데, 웃긴 게 너무 낮고 느리게 날아서 적들에게 잡힐 판국이었다.;
아니, 자각몽이면 내 마음대로 다 하는 거 아니었나? 왜 꿈에서도 이렇게 몸이 안 따라 주나.(엉엉) 적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힘을 쥐어짜며 앞으로 퉁퉁 튀어 나가는 식으로 날았더니 체력이 금방 다했다. 다시 땅으로 내려온 나에게 사람들이 말했다. 너, 이 꿈에 갇혔다고. (꿈에 갇혔다는 말 뭔가 멋진 듯. 뭔가 인셉션 같잖아?)
자각몽을 꾼 건 오늘로 두 번째다. 처음 꿨던 것은 20대 초반 때로, 그때도 나는 날기를 선택했다. 그땐 정말 하늘을 속 시원하게 날아다녔다. 그리고는 마치 슬라이드 필름 바꿔끼우듯 맘에 드는 꿈이 나올 때까지 꿈을 골랐다. 지금 생각해도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오늘은 지하철 플랫폼 안이라 낮게 날았고, 그마저도 배터리 다 된 청소기처럼 빌빌 거리는 형국이었으니 이럴 거면 자각몽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자각몽이란 단어는 네덜란드의 정신과 의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으며, 그 이전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승려 등의 철학자들에게서 꾸준히 언급되었다고 한다. 티벳승려들이 자각몽을 두고 '꿈의 요가'라고 했다는데 멋진 말인듯.
최근 독일 정신의학 연구소와 예일대 의대 논문 결과에 의하면 자각몽 경험자들은 뇌의 자기반성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자기반성에 관여하는 뇌의 전전두피질 영역이 크고, 자신의 사고 과정이나 문제 해결 과정을 조절하고 점검하는 초인지(메타인지)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각몽 상태는 각성 상태와 렘수면 상태의 중간지점으로 보이며 실제로 존재한다기보단 뇌가 빚어낸 특별한 현상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한다.
자각몽을 꾸긴 했지만 이런 현상이 진짜 의학적으로도 밝혀진 건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재미난 걸 알게 됐다.
* 의학적인 설명 부분은 파퓰러사이언스 매거진을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697&contents_id=86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