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

쉬는 날

달력에 표시되어있는 빨간 날은 쉬는 날이다.

빨간 날을 자세히 보면, 그 각각에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신정'. '설날'. '어버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빨간 날에는 그렇게 각자의 이름이 존재한다.

주말과 같은 공휴일 일지만, 이름이 붙은 날이 특별한 건.

그날은 붙여진 이름으로 특별한 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빨간 날은 그저 쉬는 날만은 아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를 다짐하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고

12월의 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쉬는 날이다.



배에서의 빨간 날은 쉬는 날이다.

새해를 맞는 것도, 설도, 추석도, 크리스마스도, 쉬는 날이다


아무도 만날 수 없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는

일요일과 같은 날이다.


새해에 설렘에 가족들과 자정을 넘기고

명절에 '결혼은 언제 하니?'와 같은 잔소리도,

차가운 밤공기에 빛나는 조명들을 바라보는 그런 날들이 없는

그저 빨간색 숫자로 칠해진 날들이다

누군가는 그런 글자가 박힌 빨간 날이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쉴 새 없이 달리는 배안에서의 쉬는 날.

그런 날엔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당신을 생각한다.


선원들에게 빨간 날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에 얼굴이 빨개지는 날이다.

이전 01화갑판, 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