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는 다르게,
10월에 한동안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추워져서 이대로 겨울이 올 줄만 알았다. 지난 주말 캠핑에서도 작년 이맘때와 다르게 초겨울처럼 추워서, 올해는 겨울이 빨리 오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제 화담숲에 갔을 때도 그렇고, 오늘도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완연한 가을이었다. 집 앞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부터 아파트 산책길 내내 이어지는 나무들까지, 이제야 제대로 가을빛을 뽐내고 있었다. 바람도 산책하기 딱 좋은 선선함이었다.
올해는 자전거를 더 이상 못 탈 줄 알았는데, 공유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내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파트 근처의 작은 천은 가을 햇살에 눈부셨고, 수면 위에는 여러 가지 가을 색이 담겨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멈춰 서게 만든 황금빛 갈대는 오늘만큼은 온순하게 부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고, 내 감수성도 함께 일렁였다.
원래는 집에서 800m 정도 떨어진 스타벅스에 갈 생각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2km 떨어져 있는 매장까지 가기로 했다. 따뜻한 녹차라떼를 주문해 늘 앉는 3층으로 올라갔는데, 웬걸,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갈 때까지 혼자서 그 공간을 온전히 향유했다. 창가에 앉아 큰 통창 너머의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요즘 즐겁게 읽고 있는 책을 꺼내 들었다. 얼마 만에 그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잔잔한 음악, 2층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까지도 오히려 집중을 도와줬다.
내일 만날 언니의 좋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몰래 준비한 레터링 케이크를 픽업할 시간이 되어 다시 공유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1~2시간 만에 공기가 훨씬 차가워져서 놀랐다.
케이크가 망가질까 봐 집으로 돌아갈 땐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었다. 오랜만이었다. 올해 2월, 암 진단을 받은 후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이 거리를 매일 걸으며 운동했었는데.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올해 알게 됐다. 나 자신과도 매일을, 그리고 매 계절을 새롭게 보낼 수 있다는 걸.
이 겨울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잘 보내고 싶다. 작년과는 다르게.
나에게 집중하고, 건강하고, 오늘처럼 즐겁게!
작년과는 다른 가을을 보냈듯,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겨울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해야 1년 만에 다시 마주할 그 아팠던 2월을,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2025.11.05
@keemwood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