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거울

Thanks for Things(땡포띵) - 두 번째 물건

전신거울이 있는 집이 몇 가구나 될까? 우리 본가에도 전신거울이 있긴 했지만 옷장 문 안쪽에 달린 작은 거울이었다. 내 소원은 집을 나서기 전에 내가 입은 옷의 전체적인 느낌을 볼 수 있는, 그런 거울을 갖는 거였고, 이 집으로 이사 온 뒤 나는 약 5만원대 가격의 전신거울을 사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집에 전신거울이 있으면 안 하던 짓을 하게 된다. 집에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 현관문을 나서기 전 전신거울에 서로의 모습을 비춰보기 마련이니, 그런 기억이 남아있는 건 꽤나 괴로우면서도 고마운 일이었다. 과거에 누군가를 사랑하던 내 모습이 담겼던 거울, 사진 하나 남아있지 않은 그런 관계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 순간인지 잘 알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