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 for Things(땡포띵) - 세 번째 물건
이전의 좁은 자취방에 살 때 내 소원 중 하나는 큰 책장을 갖는 거였다. 이사를 하면서 책장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9칸짜리 책장을 두 개 사서 가로로 이어 놓았다. 총 18칸짜리 책장이 생긴 셈이다.
애당초 내 목적은 이 책장에 책과 LP판을 채우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이었고, LP판은 비쌌다. 이 단순한 이유로 내 책장은 가방, 모자, 어디에 넣기 애매한 것들 기타 등등을 잡다하게 올려놓는 수납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습관에 너무 익숙해져 이 물건의 본질이 책장이란 걸 잊어갈 때쯤, 책장에 쌓인 먼지를 닦다가 여러가지를 발견한다. 가그린, 겔포스, 라이터-. 내 것이 아닌 물건들, 혹은 내가 사지 않은 물건들. 그러니까, 누군가 내게 남기고 간 물건들. 여기서부터 시작된 상념은 늘 옷장 속 가디건, 옷장 서랍 속 깊숙이 처박힌 양말 따위로까지 이어졌다.
내게 있어 집은 그런 공간이다. 익숙하고도 낯선 것들이 늘 상주해 있는 공간. 생각하지 않으려 피했던 기억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 그런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