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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06.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4.5

24. 재난


이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한참 고민을 하다, 그래도 지금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번 달 4일,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 등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인해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외에도 충남 아산 설화산, 부산 운봉산 등 전국 각지에서 화재가 일어나 진화가 되었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처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뉴스를 찾아보니 강릉 쪽도 주불 진화가 완료되었고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으나 잔불 처리를 포함해 후속처리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저의 일상은 너무나 태평했고 지금도 따로 뉴스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별문제 없이 흘러갔을 겁니다. 이 글을 이제야 올리는 것도 별생각 없이 지내다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에겐 지난 며칠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감히 어떤 말로 빗대어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이번의 화재를 포함해, 재난에 있어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대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이 미덕인 경우가 대다수지요. 괜한 말로 자기 자신의 이미지만 깎아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걱정을 하거나, 혹은 피해를 받은 이들을 위해 얼마간의 기부를 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까요? 사정이 있어 그러지 못하거나, 혹은 그러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만약 후자라면 그런 말을 직접 입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나으니, 침묵이 훨씬 좋을 겁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재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재난이 우리만 피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번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럼 재난 사고가 있을 때마다 해당 재난을 피하기 위한 개인적 방법이라도 강구하자는 걸까요? 개인이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재난은 존재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재난을 겪었을 때, 도움을 구하기 위해 그 사람들을 돕자? 아뇨, 이해타산을 따지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자? 이런 방향으로는 정책 전문가나 다른 분들이 말해주실 겁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난과는 아무런 연관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은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매년 이 시기면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일어났지만, 이번 같은 대규모로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우리의 눈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화재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 당국과 담당 부처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그러면 재난 이후에 대체 우리는 어떤 삶을 보내야 할까요? 재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언제까지 관심을 이어갈 있을까요? 우리에겐 우리들에게 주어진 삶이 있고, 아무리 위급한 재난도 얼마 가지 못해 관심 밖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재난을 겪은 이들은 재난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일은 적어도 그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는 것일 겁니다. 당연히 이해가 가지 않을 있고, 이미 지나갔는 데도 저렇게 미련을 가지는지 의구심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겪은 재난의 무게를 모르지 않습니까. 함부로 재단하지는 않아야죠.


재난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들도 비난하지 않아야할 겁니다. 누군가에겐 그 재난을 전혀 신경쓰지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수 있구요. 우리가 타인의 삶을 전부 알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재난이 지나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의 무감각함을 비아냥거려서도 안 되겠지요. 우리에겐 우리의 일상이 있으니까요. 결국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가 가장 현명한 게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고, 사회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겠죠. 그 와중에 무언가의 경중을 나누어 비난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하려던 말을 만족스럽게 끝내지 못한 듯 합니다만,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디 화재현장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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