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와 사고사이
지나가요. 지나갑니다.
향기와 사고사이
향긋한 커피 냄새가 진하게 나더라고요.
작업실에서 돌아온 시간이라 이제 씻고 쉬면 되는 일정이었습니다.
커피 냄새는 좋은데,
불길한 기분이 동시에 들면
무슨 일이 생기긴 한 거 맞지요.
요 며칠 작정을 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텀블러와 컵들을 새것처럼 만드는 중입니다.
과탄산수소와 끓는 물로 정말 마술처럼 새로 구입한 상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습니다.
과탄산수소 한 숟가락을 넣고, 끓는 물을 용기 끝까지 붓습니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와요. 넘치도록 놔두면 돼요.
거품이 조용해질 때까지 쳐다보며 기다립니다.
거품이 조용해지면 깨끗하게 헹궈 줍니다.
뚜껑도 바가지에 담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합니다.
새로 구입한 아이처럼 돼요.
그러니까, 그 커피 향은…
그렇게 깨끗하게 된 텀블러에 남은 커피를 잘 담아 가방에 넣고 귀가했지요.
그 가방에는 당연히 노트북, 아이패드가 같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깨끗한 텀블러 뚜껑….
고무 패킹을 씻은 후 뚜껑에 다시 끼워주지 않아 내용물이 질질 흘러나왔습니다.
가방과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흥건하게 담가 주고 말았지요.
파하!
기계는 다시 사면되겠지만
백업이 되어 있지 않은 내용물들이….
급한 대로,
오래되고 클린업을 하지 않은 노트북을 꺼내 켭니다.
켜질 리가 있나요.
배터리 충전을 해주고 조금 기다리니 불은 들어옵니다.
로그인 비밀번호 기억이…
날 턱이 없지요.
이중 보안 코드는 커피에 취해 있는 아이패드와 새 노트북으로 보내겠다는 메시지가 오네요.
그 둘은 지금 전원을 켜면 안 된다고… 아오….
화상 콜 10분 남은 상황이었는데,
그리고 바로 이어 마감이 기다리는 몇 건도 있는데,
뭐 이미 마음은 엉망진창이지요.
최대한 침착하게 겨우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노트북 가동을 시켰습니다.
인터넷, 마우스와 키보드만 겨우 연결하고
시스템 로그인하고 화상까지 마쳤습니다.
(오늘따라 아침 화상 콜이 줄줄이….)
기계에 여러 번 무언가를 쏟았었고,
핸드폰도 이상한 액체에 떨어뜨린 적도 있긴 했네요.
언제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만.
지나갑니다.
지나가요.
화가 나는데요.
진짜는 억울함입니다.
오랜만에 스케줄이 여유롭여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 비워놓은 시간인데,
향긋한 커피 향이 여기저기 배어버려서…
오만 가지 업데이트와 비밀번호 뚫기로 시간을 쓰고 있어서이겠죠.
테크놀로지를 좋아하고 감사해하지만
새로운 기기 구매와 업데이트 작업은 정말, 매우, 수고스럽습니다.
여러분,
어떤 성가심이나 수고스러움을 지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나씩 처리하고 빠르게 평화를 찾으십시다!
고무패킹 까먹지 말아요, 우리.
응원합시다, 서로!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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