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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Dec 06. 2022

채 들지않은 단풍, 아직 지지않은 꽃

산비장이는 여러해살이 풀로 햇볕이 잘 드는 산지나 들에 주로 자라는 식물이다. 줄기가 곧고, 어른 팔꿈치에서 길게는 허리춤까지 높이 자라며 꽃은 한여름부터 가을 초입인 10월까지 피어있다. 찬 바람이 불고, 단풍이 산과 들을 덮어 나무들이 겨울맞이를 할 즈음 산비장이도 눈꽃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지난 가을 방문한 강원도 태백에서 인적 드문 싸리재를 자전거로 오르며, 이제 막 드문드문 들기 시작한 단풍이 못내 아쉬워 느리게 느리게 가던 중 문득 산골짜기에 채 들지 않은 단풍이 조금씩 늘어나는 머리의 새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치가 늘면 지혜도 함께 늘었으면 하는데, 오르면 덥고 내리면 추운 이 얄궂은 가을 날씨의 대처법은 그저 쉬지 않고 가는 일뿐이라는 현실이 지금 이 시기, 이 나이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같다는 생각도 했다.


  ...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다
  한줄기 햇살에 몸 녹이다
  그렇게 너는 또 한번 내게 온다

- 박효신 <야생화> 中


어느 노래 가사처럼, 어딘가 숨어있다 문득 눈에 띈 야생화는 채 들지 않은 단풍과 다르게 아직 줄기에 굳건히 매달려 아직은 질 때가 아님을 말하는 듯 했다. 채 들지 않은 단풍이 아직은 설익고 불완전한 우리 젊음이라면, 아직 지지 않은 꽃은 그를 지탱하는 열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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