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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후니 Jun 23. 2024

‘우리 할배의 꿈’ 전자책 만들기

* 79세 할배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할아버지랑 마주 앉아 있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내려올 때 부터  가지고 있던 질문을 드렸다.  

"할아버지! 근디 왜 작가를 꿈꾸신 거에요?"  

할아버지가 내 질문에 그제서야 너털웃음을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소싯적부터 글재주가 참 좋았어. 소학교때도 연애편진가 뭔가 종이쪼가리에 써서  내가 짝사랑했던 분희한테 줬었는데... 그 글에 홀딱 반했었지...하하하.." 

"할아버지도 분희라는 분 아세요? 알려드려도 되요? 크크크"  

"대끼 이놈아.. 흐흐흐 네 할미는 군인시절에 중매로 만났으니 분희는 모르제.."  

"역시 끼가 다분히 계셨네요...크크"  

나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더더욱 농담을 이어갔다.  


"실은 우스갯소리를 해본 거고 내가 하사관 시절 상관이 시켜서 군대신문에 병영생활  관련 수필도 작성하였고, 단편 애국 소설도 썼던 기라...근디.. 그게 엄청 인기가  있었드랬지... 그 때부터 작가의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기라..."  

"와우~~ 울 할아버지 대단하셨네요!! 그런데 왜 그 길로 나아가지 않으셨던 거에요?"  

할아버지의 엷은 미소와 함께 살짝 기쁨의 회한이 느껴진다.  

"군인이 봉급이 얼마 안 되어도 당장 작가할려면 입에 풀칠하기 힘들 수도 있었던기라.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데.. 니 애비가 딱 고민을 못하게 만들었제."  

"엥? 우리 아버지가요?"  

“그래.. 그 때 니 할미가 니 아부지를 임신했던 기라...그래서 자식도 더 생겼는데..  작가 한다고 군 전역을 했다 가는 모두 굶겠다 시퍼가 그냥 열심히 군대에서  지내자라고 결심하였었지."  

"아 그러셨군요... 많이 아쉬우셨겠네요..."  

"아쉽기는 했지만 서도 니 애비가 생겼다는 기쁨이 말할 수 없이 더 컷제 허허허"  

갑자기 할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렇지 우리 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의 아기였었지...크크크'  


"또 무시기가 궁금하노?"  

"아~~ 아녀요.. 이제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왜 작가가 되시려고 했는지.. 왜 글을  책으로 남기시고 싶으신지... 다 알았습니다!"  

"그라마 이제 뭐 부터 시작하면 되노?"  

갑자기 작은 눈이 커지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들 뜬 표정으로  나를 보시는 할아버지...췌장암 환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힘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할아버지 인생에서 내실 수 있는 마지막이실 수 있는 강력한 힘!  

"자! 할아버지가 준비되신 것 같으니 책 만들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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