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리 뻣뻣해서 어찌할까

여름 이야기

by 김경희

남편이 출근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아침밥을 차리는 일이었다. 아니다. 진짜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이를 닦은 다음 세수하는 일이었다. 그래야 잠이 확 깼으니까. 세수를 하고 주방에 들어가서 아침을 차리면 남편은 허겁지겁 식사를 한 다음 출근을 했다. 언제나 동료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부지런함 때문에 나의 아침 시간은 늘 분주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나만의 시간' 위에서 한없이 느그적 거리며 설거지를 시작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래봐야 오전 8시가 조금 넘는 시간. 그때부터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여유로운 하루를 열었다. 아이들을 돌볼 때와 일할 때는 맛볼 수 없었던 이런 여유로움은 3년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이 일터로 나가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 허겁지겁 식사를 먼저 차리지 않는다. 현관문 앞에서 포옹을 하고 집을 나서느라 꾸물거리는 그이에게 어서 가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침에 그이와 함께하는 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일이다. 제안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내가 그이의 운동 코치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거실에 매트를 깔았다. 헐렁한 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섰다.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이 어색해서 그러는 것이었겠지만 남편은 내 앞으로 바싹 다가오며 장난을 치려했다. 나는 여지없이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팔을 쭉 뻗으며 그이의 가슴을 밀어냈다.


운동할 때도 거리감이 있어야 몸을 움직일 때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는다. 함께하는 순간에도 서로 거리를 두고 하늘의 바람이 둘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는, 기타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에 떨릴지라도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으라는 칼릴 지브란의 조언을 기억하며 그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만큼 떨어져요. 그리고 이제부터 날 따라 해 봐요."


장난기를 포켓에 슬며시 집어넣는 그이 앞에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 다음 두 팔과 두 다리를 자유롭게 흔들었다. 그이가 나를 따라서 몸을 흔들었다. 부자연스러우면서도 박자감 없이 뻣뻣한 그이의 몸놀림을 보면서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입으론 "괜찮아. 처음이라 그래요."라고 안심시키고 목운동으로 넘어갔다.


하나 둘 셋 넷, 둘둘셋넷 제법 코치다운 구령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개를 떨구다 뒤로 젖히니 그걸 따라 하는 남편의 입에서 "윽"하고 짧은 신음 소리가 나왔다. 신음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고개 운동을 진행하니 따라 하던 남편이 중얼거렸다. 목을 돌리니까 아프다고, 뚜두둑 소리도 난다고, 그동안 목운동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이 산 것 같다고.


목 운동을 마치고 다운 독 자세를 한 다음 매트에 엎드려 코브라 자세, 비둘기 자세를 하니 따라 하던 남편의 입에서 끙 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처음 요가원에 갔을 때 내 입에서 나오던 그 소리와 똑같았다. 스트레칭 첫날 너무 힘들게 하면 다음날부턴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쓸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좀 더 친근하고 따라 하기 쉬운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서서 두 다리를 벌리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며 두 팔로 노를 젓는 노젓기 운동, 몸을 뒤로 젖혔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등배 운동, 목운동 하듯 허리를 돌리는 허리 운동, 오른발을 왼손바닥으로 찍고 왼발을 오른손바닥으로 찍으며 움직이는 제기차기, 허벅지 근육에 좋은 스쾃자세, 복근 강화에 좋은 플랭크 동작까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씩만 하고 나서 숨 고르기를 하니 40분이 지났다.


직장에서 퇴직하기 전까지 테니스 왕관과 탁구 왕관을 굳건하게 지켜온 바 있는 남편이었지만 스트레칭 앞에서는 나보다 더 초보 수준이었다. 요가원에 가면 회원들 중에서 내 몸이 가장 뻣뻣한 편인데 남편 앞에서는 내 몸이 유연하다고 생각되니 참 우습기도 했다. 뻣뻣한 우리 부부의 몸은 앞으로 얼마만큼 유연해질까? 아니, 나보다 남편의 뻣뻣한 몸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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