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요리 포스팅을 하는 나에게 블로그에서 만난 어느 이웃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 “작가의 부엌에선 무얼 먹는지 궁금하네요.” 그 분은 소설책을 여러 권 쓴 소설가이자 작가였다. 나의 부엌이 궁금하다니. 나 역시 그녀의 부엌이 궁금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한다. 이런 궁금증 때문에, 소설을 읽고 에세이를 읽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삶 중에서도 ‘무얼 먹고 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다. 모방하여 만들어 먹고 싶은 궁금증이다. 끼니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니 말이다.
부엌에서 정신없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블로그에도 요리 포스팅이 많아졌다. 내 부엌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 때문에 「맛의 위로」가 탄생했다. 요리 에세이 「맛의 위로」가 출간된 후로 다음엔 어떤 글을 쓸까 고민했다. 시도 쓰고 싶고, 소설도 쓰고 싶고, 에세이도 쓰고 싶은 욕심이 널을 뛰었다. 에세이를 써냈으니 이제 소설 한 편 쓰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작품으로 소설을 써보겠다는 나에게 “소설은 아니야. 구수한 에세이를 써야지”라며 남편이 고개를 흔들었다. ‘싫은데...’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으나 구수한 에세이를 쓰라는 남편의 말이 몇 주 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쓰고 싶은 것을 쓰면 그만이지만 내 글을 가장 깊이 있게 읽어주고 있는 첫 번째 독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 이번에도 에세이다. 그것도 음식 에세이.’
「맛의 위로」는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 모음이다.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웃기도 했고, 눈물 콧물 찍어가며 아쉽고 아팠던 마음을 위로받았다. 「맛의 위로」를 읽은 여러 독자들에게 음식 이야기로 위로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것은 ‘바로 나’였다.
글의 치유 능력을 믿으며 음식의 영양학적인 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다. 내가 자주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 어떤 점에서 이로운지, 그 계절에 그 음식을 먹어 주면 왜 좋은지, 이제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음식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새롭게 알게 된 음식 재료의 영양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두 아이를 다 결혼시키고 남편과 둘이 먹는 식사라 기준은 언제나 2인분이다. 시집간 딸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때론 4인분을 만들기도 한다. 「맛의 위로」에서처럼 음식 재료를 몇 그램씩 넣으라고 친절하게 단위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주먹구구식 요리법을 글 속에 가끔 소개할 뿐이다. 숫자 감각이 둔하고 꼼꼼하지 못한 탓이다.
먹되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몸에 좋은 음식일수록 자주 먹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음식은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최전방이다. 모든 사람이 몸에 유익한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몸에 유익한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 같이 건강해지면 좋겠다.
작가의 부엌에서.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