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중독된 건 아닐까

기대와 갈망 사이 - 사랑이 아닌 감정과 보상에의 중독

by 서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중독된 걸까?'

헤어진 직후에도,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렸다.

답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고, SNS에 접속해서 그 사람의 상태를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이 뭘 먹고,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이 '좋아요'를 누르는 걸 보며,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고,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잘 살아가는 것 같은 그 사람의 일상에 질투 아닌 질투, 외로움 아닌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 시기의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기보다, 사랑이라는 상태에서 밀려난 나 자신이 낯설었던 것 같다.


나는 연애 중에도 자주 불안했다.
그 사람이 나를 덜 사랑하는 건 아닐까,
이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아닐까,

머릿속에 끝없이 질문이 떠올랐고, 그 해답은 늘 '더 사랑받고 싶다'였다.

하지만, 그 감정은 한 번 채워진다고 끝나지 않았다.

사랑을 확인받으면 잠시 괜찮다가, 다시 불안해지고, 다시 확인받고 싶어지고, 마치 끝도 없는 회전문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확인'과 '보상'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 같다.


신경과학에서는 사랑의 감정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로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설명한다.
도파민은 기대와 보상의 신경전달물질로, 사랑의 설렘, 상대의 반응에서 오는 쾌감, 연락을 기다리는 긴장감 등에 작용한다.
특히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이 도파민 시스템이 과활성화되기 쉽고,
애정의 확인 → 안도감 → 반복 갈망이라는 중독적 패턴을 형성하기 쉽다.
즉, '사랑' 그 자체보다는 사랑에서 오는 감정의 기복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 중독은 '변동 보상 시스템(intermittent reinforcement)'에 의해 더 강화된다.
상대가 어떤 날은 다정하고, 어떤 날은 차갑게 구는 불균형한 피드백은,
뇌의 보상 회로를 더욱 예민하게 자극하며 예측할 수 없는 보상에 더 중독되게 만든다.
이는 도박과 유사한 뇌 반응을 유도하며,
'다음엔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 속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더욱 깊이 빠지게 한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사랑받는 나의 상태'를 잃는 게 두려웠던 거다.

그래서 이별이 두려웠고, 관계의 불균형이 감지되면, 극단적인 감정으로 반응하곤 했다.

그건 사랑을 지키기 위한 애씀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의 결핍을 감정으로 덮으려 했던 행동이었다.

그걸 자각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랑에 중독되어 있던 나는,

결국 사랑 없는 상태에서만 회복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랑이 없을 때의 나를 견디는 연습부터, 나는 다시 시작해야 했다.



[감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질문]


나는 지금 '누군가'가 그리운가, 아니면 '연애 중인 나'가 그리운가?

사랑받을 때만 내 존재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느끼는가?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하루의 기분이 바뀌는가?

불안할 때, 상대를 더 조이고 싶거나, 감정을 시험하고 싶은가?

이별 후에도 그 사람의 SNS나 메시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는가?

혼자인 시간에 공허함보다 불안을 더 크게 느끼는가?

사랑 없이도 나는 괜찮다는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오늘 나는 무엇을 했는가?



만약 위의 질문 중 YES가 4개 이상이라면,

지금 나는 감정 중독에서 회복 중이거나, 더 깊은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아래의 액션 플랜을 실행해 보자.



[감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액션 플랜]


1. 감정 일기 쓰기 (하루 3줄)

'나는 지금 __해서 __한 기분이다.', '이 감정을 만든 사건은 __였다.' 등의 감정 일기 쓰기.

2. 애정 확인 대신 자기 확인 루틴 만들기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기 전에, '나는 지금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지?' 생각하기

하루에 한 번, 나 자신을 칭찬하거나 쓰다듬는 말 한 줄 적기

3. SNS 탐색 중단하기 (3일 챌린지)

: 그의 흔적을 좇는 건 그 사람보다 '관계 속 나'에 중독된 뇌의 패턴을 반복시키는 것

최소 3일, SNS 검색이나 연락 시도 등의 탐색 행동을 의식적으로 멈추기

4. 감정 갈망이 심할 때, 대체 루틴 만들기

: 감정은 흘려야 가라앉고, 충동은 행동을 바꿀 때 흐름이 끊긴다

연락하고 싶은 충동이 올 때, 차라리 내게 편지 쓰거나 걷기 또는 샤워 10분 등 대체 행동 하기

5. '애착 없이도 나는 괜찮다'는 감각 훈련

: 뇌는 '안정'을 기억할 때, 외부 보상 없이도 괜찮다는 회로를 만든다

매일 5분씩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 안에서 '괜찮았던 점 1가지'만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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