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깊은 숲 속에는 자연의 정령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인간을 가장 사랑하는 플로라에게 어느 날, 정령들의 신 가이아가 나타났어요. 가이아는 인간 세상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라,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치유하거라. 서로에게 인연이 닿은 일곱 명의 인간들을 만나 치유를 돕게 되면 비로소 너의 사명은 끝날 것이다.”
그리고 가이아는 그녀에게 작은 종이 몇 장을 건네었습니다.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금은 단지 종이에 불과하나 그것이 때가 되면 그들을 함께 너에게로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사명이 끝나고 나면 너는 다시 플로라의 자리로 돌아오겠지만 그 일곱 인연을 시작으로 네가 남긴 치유의 힘은 영원히 인간 세상에 남아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프롤로그 2>
호수가 한낮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곳. 호수 끝자락 좁게 난 숲길로 들어서면 그 숲 깊은 어딘가 지붕이 예쁜 카페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삼각형 모양의 지붕 한 켠으로 솟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이곳이 마치 동화 속인 듯한 착각을 안겨주었다. 카페는 보드라운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에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주 오래전부터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전혀 다른 평온함이 감도는 곳,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곳만이 아닌, 조금은 특별한 장소. 고요히 잠자던 나뭇잎들은 바람이 들러줄 때마다 깨어 정겹게 소리를 내고, 오색의 꽃들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며 저마다의 모습을 뽐내기도 한다. 이곳을 지나는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이 머무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카페 안은 은은한 커피향과 책장의 나무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따뜻함을 자아내는 베이지 빛 벽에는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그림들이 몇 걸려 있고, 그 앞에 그곳을 지키는 카페 주인 지운이 서 있다. 비밀을 가득 담고있을 것 같은 깊은 눈과 미소를 머금은 살짝 다문 입술에서 온화함이 느껴졌다. 어깨를 간지르는 머리카락을 시샘하듯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무심하게 불어왔다.
지운은 초대장을 건네었던 여러 날들을 떠올렸다. 비로소 그 종이가 밝은 빛을 발하던 순간을. 이제 곧 그녀의 사명도 끝날 것이었다. 오늘 일곱 명의 손님들이 이 카페를 찾아올 것이다. 그들의 삶을 바꾸어 준 크고 작은 인연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