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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Mar 23. 2022

Z세대는 손가락 끝으로 산다

Z세대가 사는 법에 관하여.

지금 시대에 어느 누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특히 Z세대에게 스마트폰이란 불가분의 영역이다. Z세대 과학 학도는 언젠가 두뇌에 메인보드를 탑재하고 손바닥에 액정을 구현하는 기술을 만들고 말 것이다. 근미래에 ‘내가마어제느그스마트폰으로마다해써마’라고 일갈하는 Z세대 출신 꼰대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손끝을 봐야 한다. 손끝으로 건드리는 스마트폰 액정 안팎의 현상을 둘러봐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지난 지난 2021년 11월부터 12월 사이, 14~25세 사이 연령대의 응답자 1200명을 대상으로 위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한 장의 인포그래픽을 공개했다. 이른바 ‘인스타그램이 소개하는 Z세대가 바라본 2022년 트렌드’가 그것이다. 한 장 남짓한 인포그래픽 이미지로 정리한 설문조사 결과가 상세하게 분석된 자료는 아니었지만 Z세대의 대략적인 관심사를 조망한 만큼 참고할 만한 숫자 정도는 파악하기 요긴해 보이고 지금 읽고 있는 이런 글을 쓸 때 인용하기에도 유용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한 인포그래픽 안에서 눈길을 끄는 건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관한 수치다. Z세대가 2021년에 가장 주목한 디지털 콘텐츠는 숏폼 콘텐츠 트렌드라고 한다. 그러니까 다소 과격하게 정리하자면 짧은 영상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상은 대부분, 아니, 모두 스마트폰으로 소비할 것이다. ‘어쩔티비’라는 유행어가 의미하듯 Z세대는 TV 보는 순간 대열에서 낙오하는 세대다. 물론 볼 때는 볼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안 볼 것이다. TV 프로그램을 봐도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며 보지,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려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당연히 Z세대는 TV만 안 보는 것이 아니다.

Z세대에게 있어서 스마트폰 액정은 다양한 입구다. 그중 하나는 쇼핑몰 매장의 쇼윈도를 대체하는 기능도 한다. 발품을 팔아서 매장을 찾는 대신 SNS로 접속하고, 매장 직원을 찾는 대신 타임라인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마케팅과 소비자 리뷰를 살핀다. 그리고 구매에는 거리낌이 없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제시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Z세대의 18%는 2022년에 SNS 피드 게시물을 통한 쇼핑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20%는 SNS를 통한 단순 구매뿐만 아니라 AR/VR을 비롯한 색다른 경험을 시도해보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손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무언가를 지를 때 스마트폰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단일창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민에 소요하는 시간도 길지 않다. 단지 사거나, 말거나, 그게 문제로다. 판단이 빠른 만큼 새롭게 눈을 돌리는 유행의 변화도 빠르다. 어제 유행했던 것이 오늘 감 떨어지는 것이 된다. 그래서 Z세대의 일상을 롤러코스터 같다고 ‘롤코라이프’라 정의한 트렌드 북도 있지만 기성세대가 붙인 언어가 딱히 Z세대의 입에 붙은 것 같진 않아도 이런 경향은 유효하기에 그에 따른 전략도 생성된다.


‘숏케팅’은 언어가 주는 인상 그대로 짧고 신속하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단기 전략 마케팅을 의미한다. 쉽게 취하고, 쉽게 버리는 Z세대의 소비 생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역시 빨리 팔고, 빨리 알려야 한다. 적어도 제품을 알리는 속도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Z세대의 손보다는 빨라야 한다. 진지를 구축하듯 만반의 대비를 하는 순간 무주공산이 된다. 손님이 올 기미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뭐든 깔고 소리내 팔아야 한다. 비유하자면 언제, 무엇이, 순식간에 뜨고 질지 모르는 만큼 마케팅 역시 손쉽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법에 가깝게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평범해선 안 된다. 밀가루 회사 상표로 밀맥주가 출시되고, 구두약 회사 상표로 흑맥주가 출시된다. 솔직히 맛은 그 맛이지만 일단 신박하면 장땡이니까. 무엇보다도 소비도, 판매도 속도전이라, 이슈가 필요하다. 그렇게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Z세대가 스마트폰과 SNS에서만 갇혀 사는 세대는 아니다. 그들에게 SNS는 오프라인 활동을 권하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인증 욕구가 넘쳐나는 작금의 시대에서 동선과 소비의 기호를 결정하는 건 대체로 예쁘게 찍히고, SNS에 올려서 자랑할 만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체로 자랑거리는 의식주의 카테고리 안에 있고, 누가 봐도 부러워할 명품은 가장 높은 곳에 임한 자랑거리다. 금수저를 동경하면서도 금수저 코스프레는 멸시하는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MZ세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에 온라인으로 명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MZ세대가 결제한 비중이 73%에 달한다고 한다. 온라인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백화점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확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에서 밝힌 매출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명품시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했는데 이중 MZ세대에 해당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했고, Z세대가 포함된 20대 소비자 매출이 31%로 크게 늘어 30%로 집계된 30대 소비자 매출을 능가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의 20대 명품 매출도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10% 증가하며 37.7%로 나타났는데 이는 역시 28.1%를 기록한 30대보다 10% 가깝게 높은 지표를 보인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지속해온 M세대와 달리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이 된 Z세대의 값비싼 명품 소비가 가능한 연유가 궁금하지만 그 심리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유사 미디어에 노출된 세대인 만큼 SNS 상에서의 소유에 대한 욕망도 어느 세대 못지않게 팽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Z세대에게 ‘플렉스’란 사치가 아닌 소비의 영역인 셈이다.


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팔기도 한다. 인증했으니 다음 인증샷을 위한 소비가 필요하고 그런 소비를 위해서는 내가 소유한 것을 다른 이에게 매물로 내놓는다. 일종의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그리고 값비싼 명품 심지어 한정판 제품은 구매가보다도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명품을 구입해서 더 비싸게 파는, 리셀러들이 명품숍 앞에 날 새기를 하며 줄을 선다. 줄 서기를 대행하는 아르바이트까지 생긴다.  소위 말하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도 그렇게 생겨났다. 


물론 Z세대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정의하는 이 모든 언어가 Z세대라는 영역 안에 묶인 개개인의 삶을 단일하게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Z세대가 지난 어떤 세대보다도 간편한 소비를 즐기고 그에 따른 반응을 공유하는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10년 사이 Z세대가 경제력을 갖춘 시대가 왔을 때 우리에게 익숙한 매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10년 전과 오늘이 다르듯, 10년 후와 오늘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변화는 새로운 세대로부터 오기 마련이다. Z세대가 무엇을 사고,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지는 건 내일 날씨를 보듯 당연한 일인 것이다. 


(대홍기획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웹매거진 섹션에 게재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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