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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준 Jan 30. 2023

공존을 권하는 영화

공존에 관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아바타: 물의 길>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난 2009년에 개봉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성적 1위에 오른 뒤 여전히 그 기록을 이어가는 <아바타>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문제에 직면한 인류를 향한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외계 위성 판도라의 자원을 채취하며 자연 파괴를 일삼는 인류는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과 심각한 갈등에 직면한다. 이에 나비족의 형상과 닮은 아바타와 뇌신경계를 연결한 전직 군인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나비족을 염탐하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삶에 감화하고 오마티카야 부족장의 딸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사랑에 빠진 뒤 그들의 세계에 정착하며 인류와의 전쟁을 불사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그 이후로 15년이 지나 네 아이의 아빠가 된 설리는 다시 판도라를 찾아온 인류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바다에서 사는 멧카이나 부족을 찾아가 그들 사이에서 은신한 채 살아가지만 그를 찾기 위해 아바타가 된 용병 군인들의 추적망이 좁혀지면서 삶의 위협을 느낀다. 


<아바타>가 숲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자연과의 공존에 관한 메시지를 시각적인 체험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면 <아바타: 물의 길>은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또 한 번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고래를 연상시키는 톨쿤부터 다양한 바다 생태계와 교감하는 멧카이나 부족의 삶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상의 세계이지만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폭력성과 무심함에 경종을 울리는 시각적 체험은 생생함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생태계와의 관계를 각성시키는 권유에 가깝다. 동시대에 가능한 시각적 체험의 경지를 한 차원 높이겠다는 야심은 결국 인류가 지금 마땅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자신들의 터전에 대한 생생한 감각을 요구하는 기술이나 다름없다. 


<그랜 토리노> 신구 세대의 공존

그의 입술이 일그러진다. 예의를 모르는 손녀 앞에서 한 번, 이웃에 이사 온 동양계 가족 앞에서 한 번. 아들의 말처럼 50년대를 사는 사람이다. ‘포드’에서 일생을 보낸 그에게 ‘도요타’를 운전하면서 자신의 유산만 노리는 아들은 개탄할 현실에 불과하다. 50년 전 한국전에 참전했던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집 앞에 매단 성조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뼛속까지 보수적인 미국인 백인이다. 이웃의 동양인들은 하나같이 눈엣가시다. 예의가 없는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자신이 긍지를 갖고 있던 것들을 예우하지 않는다. 전통을 비웃고 오래된 역사를 존중할 줄 모른다. 덕분에 절망적인 회의감만 가득하던 월트는 평소 자신이 경멸했던 동양인 이웃들과 뜻밖의 인연을 맺은 뒤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랜 토리노>는 그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이 지칭하는 ‘그랜 토리노’는 월트가 젊은 시절을 보낸 포드사의 1972년형 머슬카다. 월트는 친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오래된 자동차를 관리해 왔다. 덕분에 젊은 세대도 탐낼 만큼 멋진 기품을 유지한 그랜 토리노는 월트가 남기고 싶은 가장 훌륭한 유산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자식들은 탐탁지 않고, 과거의 영광이 모두 남루해진 디트로이트에 남은 건 갱단이 되겠다고 설치는 어린 양아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동양인 소년의 성실함과 그 성실함을 온전히 보상받기 힘든 형편과 처지가 우연히 그의 삶에 끼어들어오기 시작한다. 좀처럼 말도 섞고 싶지 않았던 이방인들이 자신이 아끼는 것을 물려줄 건강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내건 성조기의 가치에 어울리는 미래를 위협하는 이들을 막기 위해 월트는 결심한다. 새로운 세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노쇠한 육체로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유산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노장이 열어낸 길로 청년은 나아간다. 빛나는 전통에 탑승해 미래로 간다.


(한국서부발전에서 발행하는 사보 <서부공감> 2023년 1~2월호에 기고한 칼럼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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