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눈물의 커피를 마시며
- 방훈
.
.
.
.
.
허영으로 채색된 원형탁자는
히말라야의 선물이 아니라
눈물의 커피가 점령한다
무력한 나의 몸으로는
무관심이 해일처럼 밀려들어 와
언제 치유될 지도 모르는
알지도 못하는 병명만을 남겨둔 채
척추 없는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한 뼘의 생각들이
타협의 포로가 되고
한 시대의 꿈이 묵살(黙殺)당할 때
내 마음 속의
불신(不信)의 뿌리들은
더욱 무성하게 자라 오르고 있었다
무기력한 유희……
껍데기뿐이고 텅 빈 언어로
이미 타락해버린 나는
자꾸만
가면 속으로 숨는다
.
.
.
.
.
저는 커피콩입니다. 제 이름은 ‘히말라야의 선물’이고 네팔의 해발 2000m 고산지대에 있는 굴미마을이 고향입니다.
우리는 키 1cm에 몸무게 0.15g의 작고 못생긴 존재지만, 그 몸 안엔 지름 1만2756km의 지구가 겪는 눈물과 한숨이 고스란히 스며 있지요. 제 친구들이 자라는 네팔을 비롯해 케냐·인도네시아·브라질 같은 ‘커피벨트’에서 2500만명의 커피 경작 농민들이 다국적 기업에 착취당하며, 땀 흘려도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
.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536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