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빙, 점심에 먹어도 맛나네요.

[타이베이, 점심 <6>] 대만의 대표 아침메뉴, 점심에 즐기기

by KHGXING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점심으로 뭐 먹을지 못 정하는 날이요.


이날이 그랬습니다. 딱히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사무실을 나서며 무엇을 먹을지 한참 애기했는데 식당 골목 거리에 다 가도록 정해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떠오른 게 단빙(蛋餅)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단빙이라고요?’라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대만 여행 와 보신 분들이라면요.


대만은 어느 중화권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침 식당이 발달해 있습니다. 새벽 6시부터 문을 여는 식당들이에요. 대만 사람들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봅니다. 사실 우리도 그렇긴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아침 식당 전문점이 많진 않지요. 대만에는 정말 아침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골목마다 있습니다. 동네 조그마한 식당부터 체인점 식당까지 각양각색입니다.


조찬식당 체인점은 온라인에서 검색해 보니 그냥 10개 정도는 바로 나오네요. 마이웨이덩(麥味登), q burger, 판치에춘(蕃茄村), JSP샤샹바오(呷尚寶), 메이얼메이(美而美), 라야햄버거(拉亞漢堡), 홍예햄버거(弘爺漢堡), 자오안메이즈청(早安美芝城), 쥐린메이얼메이(巨林美而美) 뤼린메이얼메이(瑞麟美而美), 완지아샹(萬佳鄉)...


이렇게 체인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화된 문화라 할 수 있겠죠. 실제 기업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해외로 직원들 인센티브 단체 여행을 보내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일부 체인점으로부터 200여명이 함께 한국으로 인센티브 여행을 가는데 한국의 조찬식당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설 참관과 견학을 하고 싶다고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렇게 대만식 아침식당에 정확히 대응하는 기업 개념이 애매합니다. 김밥천국, 이삭토스트 이런 곳일까요?


서울에서 근무할 때 회사는 종로 영풍문고 근처에 있었습니다. 종로2가역에서 내리면 가깝죠. 하지만 부러 경복궁역에서 내리곤 했습니다. 집이 은평구였으니 종로3가에서 갈아타는 게 귀찮기도 했고 경복궁역에서 정부종합청사, 세종문화회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 영풍문고 방향으로 걷는 그 길을 참 좋아했습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지만 그 시간이 간혹 아침식사시간이기도 했죠. 경복궁역에는 김밥을 파는 식당이 많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김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많죠. 쿠킹호일에 싸여 있는 김밥 한 줄을 사면 조그마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는 미역국도 함께 줍니다.


왼손엔 김밥, 오른손엔 미역국입니다.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길 따라 가며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뉴요커들은 아침에 도너츠와 커피를 들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김밥과 미역국인 셈이네요.


대만에 오니 그게 단빙과 또우장(豆漿)이 됐습니다. 단빙은 대만식 오믈렛이라 생각하면 되고 또우장은 담백한 두유입니다. 대만 아침식당의 대표 메뉴 두 가지죠. 단빙을 꼭 아침에 먹으라는 법은 없는데 대만 사람들 보면 보통 이 음식은 아침에 먹습니다. 아침식당이 보통 오전에만 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오전 6시에 문을 여는 아침식당이긴 하지만 보통 많은 식당들이 오후 1~2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점심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단빙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아침 메뉴’ 단빙으로 하기로 했죠. 제가 워낙 단빙을 좋아해서 점심에도 단빙을 먹는다 하니 좋더라고요.


회사 근처에 아침 식당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하나 있어요. ‘친샤오제 또우장’(秦小姐豆漿 信義店)이란 식당입니다.(굳이 번역하자면 ‘진씨 아가씨 두유집’인데 어감이 살지 않아서 그냥 발음 그대로 쓰겠습니다.) 지점인 것으로 보아하니 여기도 체인점입니다. 아침이면 근처 주민이나 회사원들이 줄을 서서 아침 사는 곳입니다.


평소에 궁금했습니다. 조찬 식당인데 얼마나 유명하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나? 겸사겸사 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조찬식당이다 보니 점심 때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먹는 동안 자리가 반은 차는 것 같습니다. 단빙을 점심으로 먹는 게 이상한 게 아닌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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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빙(오른쪽)과 아침식당에서 먹는 점심 식사(왼쪽)


단빙은 정말 대만의 아침 식사 가운데 제 최애 음식입니다. 밀가루와 녹말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전으로 붙이는 것이라서 식감이 쫀득쫀득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 반죽 위에 계란을 한두 개 펴서 바릅니다. 보통 파까지 올려 부치는 게 기본 단빙입니다.


기본 단빙에 넣는 부재료에 따라 단빙 종류는 꽤 다양합니다. 치즈, 옥수수, 햄, 참치, 베이컨, 양배추, 돼지고기, 요우티아오 등등입니다. 저는 보통 치즈 단빙이나 옥수수 단빙을 즐겨합니다. 풍부한 치즈맛과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재밌는 옥수수가 단빙의 쫄깃함과 제법 잘 어울립니다.


여기에 보통 또우장을 곁들이죠. 고소합니다. 사실 점심으로 이정도 먹으면 약간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날엔 대만식 주먹밥, 판퇀(飯糰)도 시켰습니다. 이것도 대만의 독특한 아침 메뉴 가운데 하나죠.


찰밥을 뭉쳐서 만드는데 그 안데 보통 튀긴 밀가루빵인 요우티아오와 로우송(말린 고기가루)를 넣습니다. 짭쪼름하게 장아찌도 추가하지요. 한끼 식사로 꽤 훌륭합니다. 대만사람들은 로우송을 꽤 좋아합니다. 빵에도 로우송을 넣은 빵이 많은데 사실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판퇀에 들어가는 로우송은 신기하게도 괜찮습니다.


아침 식당의 특징은 바쁜 출근길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음식이 빨리 나온다는 것이죠. 점심에 먹어도 이 특징은 그대로입니다. 주문하자 5분 안에 음식들이 나옵니다. 단빙과 또우장, 판퇀 먹는 방법도 간단하니 식사 시간도 짧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다 먹고 나서도 점심시간이 30분은 남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 가서 잠시 낮잠을 잘 수도 있겠네요. 단빙 점심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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