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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ug 05. 2023

캐나다 일상 - 우리 집에 둘리 친구들이 온다.


캐나다에 가면 넓은 집에서 잔디 마당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나는 여유롭게 차를 한잔하면서 책을 보는 꿈을 꿨었는데, SINP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은 남편 식당 위 거실 하나에 방 하나 딸린 10평 남짓한 사장님 소유의 호텔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치며 살고 있다. 
사장님이 아이들 놀라고 철봉까지 선물해 주셨는데, 정말 죄송할 정도로 호텔 복도에서 논다.  
남편이 1층 식당에 두두 두둥 뛰는 게 울린다고 그만 뛰라고 하는데도 아이들은 서로 눈만 마주치면 뛴다.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에는 우리와 같이 영주권을 위해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그중 베트남 아이들이 있어서 하루 종일 우리 방에 와서 놀고 간다.

아이들 엄마는 영주권 때문에 Liquid shop에서 일을 하고 아빠 또한 리자이나로 일을 하러 가서 하루 종일 아이들만 남겨진다.  아침 10시, 똑똑하는 소리에 우리 방문을 활짝 열고 "Hello!"라고 소리치며 들어온다. 

10살의 크리스티나, 우리 딸과 나이가 같은 8살의 토미, 남매는 일주일에 7일 하루 종일 우리 집에 상주한다.

같이 놀기 시작한 둘째 날 나에게 크리스티나는 스타벅스에서 말차 라테를 먹고 싶다고 반복한다.


OK, Tell your Mom, Not me.


안타깝게도 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모든 것을 해주는 엄마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카페를 가고 싶다고 해도 왜 가야 되냐고 되묻고 안 가는 경우가 많다.
왜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을 우리가 집에서 놀면서 야금야금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고  카페에서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말하라고 하여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드는 돈을 알려주고 되도록이면 만들어서 먹인다.  

지금의 나를 만든 책 중 하나인 '월든'을 보고 커피까지 끊은 나에게 스타벅스 녹차라테를 사달라니...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커피와 차를 마시기 위해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내용에 동감했고 커피를 마시지 않고 그 돈을 아끼기로 했다. 카드값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날짜가 계속되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이 사라져 가면서 신경이 곤두섰다.

같이 놀기 시작한 셋째 날에는 본인 엄마가 스시를 점심으로 사다 줬다고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그래도 미안한 감은 있나 보네~


하지만 내 생각과 반대였다. 자기네가 가져온 스시는 자기네 둘만 먹으라고 했다면서 입맛을 다시는 우리 딸에게 주지 않는다. 재차 물어봤는데, 엄마가 둘만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우리 집에 들고 오지 말고 본인 네 집에서만 먹으면 되지 왜 굳이...

우리 아이들은 과자는 없이 살아도 과일이 없이는 못 사는 과일 킬러들이다. 아이들 먹으라고 과일을 잔뜩 사 오면, 우리 아이들이 수박 두 조각을 먹을 때 열 조각씩 먹는다.
어떻게 보였는지 라면을 보관하는 곳을 보며 라면을 해 달라고 한다. 
아이들 썸머 캠프 때 주려고 사 놓은 과자를 먹겠다고 내 앞에 가져온다. 
우리 아이들 해주려고 사 온 떡국떡을  냉동실에서 꺼내 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거라고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아이들이 집에 오는 3주 정도는 웃으며 나누어 줬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간다. 

어느 날은 우리 집 마요네즈가 베트남 마요네즈처럼 맛있다고 아빠가 그랬다면서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우리 집 마요네즈 맛을
너네 아빠가 어떻게 아는 건데??


한 번도 우리 집에 오지 않은 아이 아빠가 우리 집 마요네즈 맛을 안다는 게 순간 섬찟 했다.

신기한 것은 자기네 엄마, 아빠가 집에 있을 때도 우리 집에 놀러 온다. 
캐나다는 13살 이하는 어디를 갈 때 부모가 픽드랍을 해야 되는데,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가엾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니 함께 나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하여 도서관 특강을 신청해 줬다. 나이가 달라 우리 아이와 다른 시간이었지만 크리스티나가 서머 프로그램 하고 싶다고 해서 그 시간에 우리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 아이 엄마는 나한테 본인이 일을 해서 가지 못한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아이가 도서관에 가는 목요일 10시에 엄마가 집에 있었다. 
집 안에서 인사를 하는 엄마에게 같이 도서관에 가자고 했더니 본인은 점심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애들 점심 준비 안 해도 되나??



처음부터 내가 픽드랍 해준다고 했으니 내 잘못이지.. 
이번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오지랖 부리는 일을 조심할 것 같다. 

하지만 매일 놀러 오는 둘리 친구들 덕분에 영어도 늘고 심심하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 쉬고 있는 본인 부모님 대신 나에게 수영장도 가자고 하고 파크도 가자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키즈 카페를 가자고 해서 걸어가기 힘드니깐 아빠 차를 빌려오라고  했더니 아빠 차 키를 가져왔다.


아니, 아빠 쉬고 있으면 아빠한테 말하지!
왜 자꾸 나한테 말하냐고~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크리스티나 아빠에게 재확인하고 남편과 함께 아이 4명을 데리고 나간다. 


어제는 도서관에 가는데 크리스티나가 얼음을 잔뜩 넣은 물병을 가지고 나섰다.
그 물병을 보고 아정이가 목이 마르다고 물을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I don't want share.
It's my water!!


본인은 내물 다 마시고 과일, 아이스크림, 고기 다 먹고 자기 물은 내 딸에게 나눠주기 싫다는 거다. 
"왜? 나눠먹기 싫어? 넌 우리 물먹었잖아!"
"코비드 19 때문에...."
"그러니깐 코비드 19 때문이면 이제 우리 집 와서 물 마시면 안 되겠네!"
"아니, 길에서 마시면 내물통에 먼지 들어가잖아!"
"너도 길에서 내물 마셨잖아!"
"알겠어. 나눠줄게.."

10살짜리랑 길에서 말다툼을 하는 36살 아줌마가 되었다. 
자꾸만 고길동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 아들은 토미랑 티격태격이다. 

토미는 "NO Junny!"(안돼 주니!)를 달고 산다. 토미 입에서 나오는 영어 중 반이 "NO! JUNNY!"다.
다른 반은 "It's mine!"(내 거야!)이다. 
사람들 의견은 각각 다른데,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꾸 내 아들에게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준 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놀길래, 저 정도는 괜찮은지 알고 무시했는데 오늘은 아준 이가 화를 내며 나에게 말을 한다. 

엄마! 토미는 맨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서
나보고 안된다고 해!



 옳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토미에게 말했다. 
"주니가 네가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하고 NO JUNNY라고 해서 너랑 오늘 놀기 싫대.
그리고 네 거 자동차 챙겨서 집에 가고 네 거 자동차 다시는 가져오지 마!"
한국말로 하니깐 어감이 쎄 보이는데 영어로는 이렇게 말했다. 
"Tommy, Junny don't want to play with you, because you keep saying "No Junny" and you want to play only your-way, so please take your car to your home and never bring it back.
See you."
 난 친절하게 토미의 차를 봉지에 넣어서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3시간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둘은 놀기 시작했다.


참 지치긴 하지만 이 또한 아이들이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길이라면,
마음을 누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좋은 점은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하는 크리스티나 덕분에 개학 전에 영어 적응을 정말 잘 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나쁘다고 느꼈던 고길동 아저씨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

내일은 아이들 4명을 데리고 어디를 놀러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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