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체질이 어디 있어?
우연히 회사 체질이란 말과 책을 보며 우픈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회사 체질일까? 회사 체질은 무엇일까? 회사 체질이 아니면 어떤 체질인가? 난 잘 모르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다닌다. 그들은 회사 체질이라 열심히 다는 것일까? 들어가면 나가고 싶어 안달을 하고, 나가면 다시 들어가려고 복달을 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대체 회사 체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의문이 든다. 회사 체질이 아니라는 납득할 만한 이유보다, 이런 글을 통해 사람들의 항변이 섞여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친구가 "넌 회사랑 참 안 맞는데 참 오래 다닌다"라는 말을 했다. 순종적이며 시키는 일만 잘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최근엔 다른 친구는 '일관성과 강단 있다. 여전하네'라는 말을 한다. 이 두 가지 관점을 보면 나는 회사 체질하고 안 맞는데 오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셈이다.
밥벌이나 하러 다니는 것인가? 김훈의 말처럼 밥을 끊을 수 없으니 신발 신고 가방 들고 가는 것일까? 내 과거를 돌아봐도 꿈이 직장인이었던 기억은 없다. 내가 만난 다른 사람들도 꿈이 직장인이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회사 체질이 타고난 재능은 아닌 것 같은데. 현대 사회의 모습이 아주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 엉뚱한 혼자만의 상상을 하게 된다.
창업한 사장님도 회사 체질일까? 내가 다니던 회사에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았다. 생각해 보면 근무란 관점에서 사장님들도 직장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통령 동선은 분 단위로 정리한다는 말도 있고, 대기업 회장단은 10분 단위 업무관리를 한다는 말도 있다. 10분 단위 업무 일정표를 보며 기겁한 적도 있고, 30분 단위로 출장 업무 일정표를 만들며 하루 밥벌이를 한 기억도 있다. 기계적인 근무로 보면 회사란 곳에 많은 사람들의 애환, 희망, 기회, 즐거움이 공존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곳에서 내 안에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담아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회사 체질이 뭐땜시 중한가?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어렵지만 가끔 내 마음 깊은 곳에 질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소리를 들어야 총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리가 나지 않으니 그것이 어렵다.
조선시대 머슴이 농사 체질로 태어나서 농사짓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생존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이다. 농사도 작물에 따른 파종시기와 농사법이 존재하듯 회사라고 말해도 다양한 방식의 일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이 기업을 통해 밥벌이를 한다.
학교에서 전공이라고 하고, 회사에서 부서라고 한다. 게임처럼 한 종목을 선택해서 걸어가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라면 게임은 다시 할 수 있다면, 현실은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 체질 분석보다, 기업의 운영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 한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 사장도 임원도 나도 내일(tomorrow)은 처음이다. 어제까지 무엇을 축적해왔고, 오늘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미래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시간을 들인 만큼 깊이가 생기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학교 다니며 똑같은 수업을 같이 듣고 다른 성적이 나온다. 이런 재미있는 결과를 돌아보며 웃는 것은 학창 시절로 족하다. 사실 밥벌이 개선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귀찮고 짜증 나서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생이 인내의 시간이라는 중요한 교훈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다들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한참 소비한 뒤 체험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안 하던 일을 시작해, 내 미래에 좋은 일이 다가오도록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회사란 곳에서 밥벌이를 하며 더 좋은 삶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직 묘수를 생각하지 못했다면.
밥벌이의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식 습득과 경험 축적은 필요하다. 습득된 지식과 경험을 혼합해 주변과 세상에 공헌하면 좋은 결과라고 말한다. 말은 쉽지만 혼신의 노력을 더하고, 그 노력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꿈, 희망, 열정이란 MSG를 가미해 꾸준함을 더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아직도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부족한 것 같다.
자가발전처럼 역동성을 갖기 위해 나만의 동력을 만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7년 전후의 경험과 지식이면, 베테랑이란 소리를 듣는다. 10년이면 그 분야 박사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인사이트라는 결과값으로 산출물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인사이트가 생길 리 없다. 청소를 했는데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일은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인사이트에 예의염치를 아는 성품을 더하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 더 다가간다는 의미다. 벌써 좋은 성품을 갖고 있다면, 지식과 경험을 더하면 된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처럼 조금 잘한다는 것은 가능성이지 미래의 진실이나 결과는 아니다. 똑똑하고 나쁜 성품을 발휘하면 권선징악의 결과에 가깝다는 진실은 미래에도 유효하다.
회사는 투자를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세상에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다. 간단하게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 판다. 이 방식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회사 체질인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 체질인 사람이 필요하다. 이렇게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지속 경영과 성장을 위해 투입 대비 성과가 지속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운영 원칙에 가깝다. 급여가 많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많거나 어렵다는 말의 동의어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초보들이 돈 많이 준다는 말에 혹해서 기업을 선택한다. 일을 시작하고 난 뒤, 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기대했던 일도 아니라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돈에 굴복해, 하기 싫은 일을 하기도 한다. 조금 더 경험해 본 관점에서 좋은 결과는 좋은 선택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아쉬운 점은 선택이 좋은 결과인지 아닌지는 미리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체질과 상관없이 잘해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옛날 사람들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같은 말을 하지만 꼰대의 소리라 흘려듣고 잊는 경우가 많다. 잘 생각해 보면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일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시간은 흐르면 돌아오지 않는다. 가능하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고 차선으로 내가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며, 최소한 내가 재주가 없는 분야를 피해야 조금이라도 좋은 기회를 만들기 쉽다. 이왕이면 마음 맞는 사람과 돈 많이 벌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경험을 되짚어보면 이 삼위일체를 달성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전략적 사고 관점에서 최선을 검토하기 전에 최악을 검토하고 피하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싫어하는 사람들과 죽지 못해서 하는 일인데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있게 된다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밥벌이를 한다. 그것이 회사 체질의 근거는 아니다. 집에서 대부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깨어있는 시간은 적지만 집은 휴식과 안락함의 공간이다.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삶에 균형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가 회사 체질보다 우선순위가 당연히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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