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 회사를 다닌다
세상 어떤 사람도 꿈이 직장인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고,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동안 꿈을 잊고 살아가는 것일까? 가끔 어린 시절 동경하던 꿈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 꿈을 실현한 사람도 있고,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어떤 꿈을 갖고 있었는지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잃어버린 꿈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한편 자유롭다. 왜? 또 뭔가를 꿈꿀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희망과 꿈을 꾸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려고 아등바등거릴 때도 있다. 카르페 디엠처럼 현재에 집중하는 이유다. 어차피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알 수 없다. 하루하루 쌓다 보면 새로운 것을 마주하게 되겠지.
경제환경과 정치적 환경이 어수선하다. 돌아보면 어수선하지 않은 적이 별로 없다. 세상에 나오기 전 IMF, 2008년 금융위기, 2018년 무역전쟁과 코로나까지 경제 파동의 10년 주기설이 증명될 때마다 마루타도 아니고 체험 삶의 현장에 출현중이다. 이런 생존 환경에서 직장인이란 역할을 하다보니 꿈은 자주 잊고 사나보다. 직장인 참 재미있는 존재다.
누군가 '들어가면 나가려고 기를 쓰고, 나가면 또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는 말은 밥 벌이의 루틴을 잘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선택을 하고 선택은 묵시적인 포기를 포함할 뿐이다. 노력도 하고, 칭찬도 받고, 아무런 이유 없이 뒷방 늙은이와 같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김훈의 말처럼 밥을 끊을 수 없으니 가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또 이 말로부터 자유롭지도 않다. 상황에 따라 많은 직장인들의 이유가 분분하다.
수많은 사람을 토해내는 출퇴근길에 뜬금없이 관찰을 한다. 모두 직장이란 곳에서 각자의 소중했던 꿈을 현실로 잘 배달하고 있을까? 언젠가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토해내는 사람을 보며 좀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협력 업체 이사의 말이 기억난다. 그날은 아마 본인의 기분 탓이리라. 그 생각에 연민과 측은함이 있어 나에게 그 마음이 닿을까 저어한 적이 있다. 출근을 하는 그 무리 속에서 나도 회사란 곳을 향해 걷기 때문일까?
어쩌다 평일 연차를 내고 출근길 사람들을 비웃으며 극장이라도 가는 날엔 이유 없이 즐겁다. 출근길 사람들의 표정은 참 다양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정확하다. 각자 꿈을 갖고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을 가까이 보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다.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다면 즐거운 인생이다. 비극은 너무 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채플린과 달리 나는 너무 자세히 보는 것 같다. 전염성이 있는 비극에 가까이 가기보단 즐길 시간도 부족한 인생을 열심히 걸어가야겠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아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가능성이지 확실한게 별로 없다. 이것저것 나를 가르치고 시키려 드는 사람들로 불편함도 있다. 반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곳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장소일 때도 있다. 이런 간사하고 복잡한 마음때문일까? 회사란 안 가도 문제고, 가도 문제가 된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왜 마음 공부를 하라고 하는지 자책할 때만 생각나니 스스로가 참 부끄러울 때가 있다. 생존이란 필수적이고, 생존 수단은 소중하다. 내가 내일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자니 재미없고, 안 하자니 불안한 직장이란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준다. 그래도 이왕이면 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소중한 꿈을 기억했다면 그 근방 어딘가라도 헤메일텐데.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외국인 회사, 비상장사, 상장사를 경험을 했다. 직장인이 꿈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어찌하다보니 이왕 할꺼 다양하게 경험해 보려는 욕심때문이었을까? 영업인데 돌아보면 안 해본게 없는 것 같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아이들에겐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꿈을 잘 키워서 정말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을 하는 삶이 부럽다. 해야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실험을 많이 해보면 재미있긴 하지만 고단하다. 우리 집 주인님은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소리만 한다고 잔소리를 하신다.
대학원을 나와 나름의 계획을 갖고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지금이라면 이런 선택 안 할것 같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선택으로 정말 스펙타클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고, 지금까지 덕택에 잘 살아오고 있다. 당시엔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학교 졸업해서 회사 가는 것이 조선시대 큰 양반집 머슴살이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발칙한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마음만은 패기와 자부심으로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요란하게 살아 온 셈이다. 또 변하겠지만 영혼은 자유롭게, 패기와 자부심으로 산다는 생각은 여전한 것 같다. 이렇게 사는 방식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과 회사는 촘촘하게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고, 세상도 자유분방함에 관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 년 전 대학생 해외 전문가 과정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꿈을 잘 가꿔보라는 말에 대학생의 답변이 놀라웠다. "강사님, 저희는 과정 이수만 하면 돼요. 해외영업을 할지 어떤 일을 할지 우리도 몰라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참 현실적이다. 당연하고, 조금 슬픈 생각도 들었다.
저 나이 때(이럼 나때인가?) 최소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취업난에 그저 폼나고 급여 많은 직장만 선택하려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도 들었다. IMF때는 좋은 기업에 채용된 기쁨을 즐기기도 전에 하루아침에 그 회사가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빈번했었다. 지금은 그 때와 또 다른 방식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그 녀석들도 꿈과 희망이 있겠지만 현실과의 타협이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래전 블로그에 해외영업을 하겠다면 이것저것 묻고, 취업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받을 때가 훨씬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좋은 결과는 좋은 선택에 시작한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의도와 달리 엉뚱한 선택을 하면, 되돌리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내가 갖은 꿈을 이루어가는 것, 그 꿈이 기업의 방향과 같으면 금상첨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꿈과 희망이다. 그 전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은 장점으로 살고,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이유는 빅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이 현명함이다. 돌아보면 선택할 때도 그 마음을 잘 갖고 있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직업과 직장이란 삶의 방식은 어떻게 해야하지?. 농담이지만 여전히 머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느 회사를 다는 것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가 아직도 내겐 더 중요하다. 조직 생활은 아주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해야한다면 이 구역 최고 머슴, 누구나 탐내는 머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정도 되면 미래에 창업을 통해 주인이 될 수 있고, 주인이되어 이 구역 최고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상상을 현실을 갖고 오는 것은 모두 내 생각과 실행에 따른다. 매일 8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지만 즐겁게 살아내기 위해,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아해도 잘하지 못하면 지친다. 어릴 때 꿈을 잃어버렸다면 이렇게 다시 조그만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린 잘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갈 뿐이다. 힘들면 가끔 넋두리인지 한 맺힌 소리도 할 수 있다. 사람 다 그렇지. 안그래?
- 직업과 일이 생기는 이유
재미있는 것은 본인이 하지 돈 주고 잘 안 시키지. 아무렴.
- '어차피 내 꺼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다.
- 주인에겐 주인정신, 직원은 직원 정신
대표이사께 소심하게 말했는데, 쿨하게 '나가'라는 엄중한 경고와 추진 건 승인은 받음. 혼비백산.
- 잘 되면 시킨 사람이 잘했다고 난리, 안 되면 죽으라 일 한 사람 때문이라고 난리. 그곳은 뭘 해도 난리임.
- 아침 점심 저녁 변하는 대표이사 잔소리를 한참 듣고, 혼자 넋두리를 했는데.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이여'
(이젠 뭘 시켰더니 내가 듣게 된다, I don't have a word)
- "오늘은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야! 죽을 놈은 대개 말없이 누워있어. 아직 팔팔하네. 떠들 힘이 있으면 가서 일해라, 바쁘다"
같이 퇴근할 때까지 입이 한 발은 나왔나보다.
이 녀석 앞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안 한다. 자명종처럼 '사람 잘 안 죽는다고 하던데'라며 잔소리를 한다. 평생 갈것 같다.
- 문제를 앞에두고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조언인지 지시에 현타가 온다
틀린 곳이 하나 없는 옳은 말이지만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인가? 왜 부아가 나지?
- 초등학생 꼬맹이가 뒤에서 한 마디 한다. "망했네 망했어"
회사에서 이 말을 할 수 없지만, 이 어려운 걸 실현하고 심지어 고도화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도 하고 싶다.
- '네가 꼭 도와줘야 해?'라는 말을 듣는다.
사고는 본인이 치고, 예의염치 없는 상대방을 보니 내 몸에 사리가 생기는 것 같다.
- '망하는 것은 묘한 공통점이 있고, 성공하는 법은 알 수가 없다'
좋은 걸 알려주고 싶지만.. 아쉽다.
- 시킬 땐 명인, 할 땐 초짜, 구라명인의 허장성세
가끔 막 해보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 공무원은 9급부터, 직장인은 18급부터인가?
- 공무원에겐 민원을 할 수 있다. 직장인 민원을 고객만족 부서에 보내봤다.
본부장께서 친히 반려하고 전화 호출 오심. 다행이다. 큰 일 없었음.
- 학교 자랑과 옛날이야기만 하는 임시직원도 있다.
'왕년이'가 사람 이름인 줄. 하소연이는 왕년이 친구인 줄.
- 이솝우화 본지 정말 오래됐는데, 회사에서 가끔 실사 라이브로 보여준다.
가끔 다른 것도 함.
- 경천동지 데이터가 축적되면 웬만한 일에 잘 놀라지 않는 감정 일탈이 발생한다
- 회사에 삽만 한 숟가락을 들고 다니는 분 조심. 한 삽이면 남아 나는게 없음.
- "그걸 꼭 해봐야 알아?"라고 말하는 상사에게 "네"라고 말했다가 복도를 한참 뛰었음.
- A를 물어보면 꼭 B부터 Z로 답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여집합의 천재들.
그런데 얼토당토않은 C를 Okay 하는 고객들은 뭐지. 참 당황스러울 때가..
협상의 귀재인가? 왜 나는 통하지? 저주인가?
- 잘못된 보고서로 일장 훈계가 시작되었는데, 보고서 작성자 왈 '그러게 말입니다'
임원의 입을 틀어막은 3인칭 화법의 위력. 웃다가 혼날 뻔.
- '그래서?', '그런데'의 질문만 30분쯤 듣고 온 녀석 왈
"속으로 주문을 외웠지. OOO 일찍 태어나신 거 엄마한테 감사해야 해요" (무서운 놈...)
-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데, 가끔 '이야~ 정상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회의 시간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지 모른다. 가끔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걱정도 된다. 원래 직장인이 꿈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직업을 갖은 직장인이 되었다면 그 직(Position, 職)에서는 장인(Master, 匠人)이 되는 꿈을 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잘 안되서 그렇지.